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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포탄이 수백 m를 더 날아갔다면 / 윤완준

2010년 11월 28일 오후 3시5분경. 군사분계선(MDL)과 남방한계선 사이에 포탄 1발이 떨어졌다. 군사분계선은 휴전선을 뜻한다.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2㎞ 떨어진 곳에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있다. 그 지역을 비무장지대(DMZ)라 부른다.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23일)이 있은 지 5일밖에 되지 않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였던 시점이다. 육군 포병부대의 155㎜ 견인포 포탄이었다. 연평도 포격 이후 대비태세를 강화한 훈련상황을 포병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해 발사한 포탄이었다. 이 포탄은 포병부대에서 약 14㎞를 날아가 판문점 인근의 DMZ 안 야산에 떨어졌다.

포탄이 떨어진 지점에서 휴전선까지는 수백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한국군이 실수로 발사한 포탄이 DMZ에 떨어진 건 처음이었다. 당시 기사를 크게 쓰지는 않았다. 독자 중에도 기억하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필자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사건이다. 그 포탄이 수백 m만 더 가서 휴전선을 넘어갔다면? 휴전선을 넘어 북측 DMZ에 떨어졌거나 아예 DMZ를 넘어갔다면? 북한군이 이를 공격으로 오인하고 우리 측으로 포탄을 발사했다면? 14㎞를 날아온 포탄이 휴전선 남쪽 수백 m 지점에 떨어졌으니 북쪽으로 몇백 m 더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남북 간 긴장 상황을 생각하면 간발의 차로 남북 간 군사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수도 있다. 한반도가 전쟁에 휘말렸을 수도 있다. 식은땀이 흐르는 일이다.

당시 국방부는 즉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북한에 "훈련 중에 발생한 오발사고였다"고 통지문을 보냈다. 지금은 그 군 통신선도 닫혀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과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싱크탱크였던 미국신안보센터(CNAS) 등이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미국의 핵심 외교관 중 한 명은 이렇게 얘기했다.

"talk(대화)와 negotiation(협상)은 다르다. 미국은 언제나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 왔고 이런 노력은 필요하다." 이 외교관은 "북한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1962년 10월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기지를 건설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달았고 이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막후채널을 활용한 협상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북한이 결국 6차 핵실험을 했다. 비핵화는 누구나 공감하는 목표지만 지금은 이를 위한 의미 있는 협상은 어려운 때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대화채널, 이른바 핫라인이 열려 있어야 오판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그 오판은 순식간에 한반도를 전쟁이라는 재앙으로 이끌 수 있다. 미국의 외교관이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윤완준 (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7.09.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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