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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1인 가구 시대, 새로운 사목의 도전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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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 1990년대까지도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던 ‘부부일치운동’인 ME(Marriage Encounter)가 최근 본당 단체로 유지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ME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있지만 참석하는 부부는 몇 쌍 되지 않고, 후임 대표자 물색도 쉽지 않다. 게다가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부 섭외 역시 힘들다. 부부사랑을 일깨워주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ME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ME의 현실 한 가지만 바라보아도 이 시대가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는 ‘1인 가구의 급증’이다. 2016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인 가구가 전체의 27.2를 차지해 1위로, 그다음 2인 가구가 26.1, 3인 가구가 21.5, 4인 가구가 18.8로 나타난다. 1인 가구 시대가 펼쳐지면서 ‘나홀로족’이나 ‘욜로족(YOLO: You Only Live Once)’과 같은 1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가치관이나 소비 형태도 변화시키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은 시대적 흐름이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놀(혼자 놀기)이라는 신조어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1인 가구의 유형에는,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고 자발적인 싱글로서 적극적으로 인생을 즐기는 ‘화려한 싱글’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자녀양육 부담 등으로 결혼을 포기한 ‘초라한 싱글’도 있다. 더 나아가 이혼, 별거, 기러기 가족, 독거노인, 사별 등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내몰리는 형태의 1인 가구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1인 가구의 형태가 이 사회의 비정상적인 상황의 표상으로 스캔들이 됐지만, 이제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러(life-styler)인 ‘나홀로족’은 “연결되어 있지만 관계적이나 사회적이지 않고, 공동체의 결핍을 느끼지만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관찰자”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집단주의나 지연·학연을 싫어하고, 인간관계 맺음에 싫증을 느끼며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나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고 내가 편한 것이 제일 중요한 가치이다.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침해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만 나홀로족은 공동체 삶을 무너뜨리고 윤리적 가치가 부재된 사회를 지향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타인을 존중하지만 타인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는 윤리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교회가 약화되는 공동체 정신과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회복하기 위한 사목적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나홀로족을 잘 살펴보면, 개인주의적 삶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들은 혼자 있지만 자신의 삶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따로 또 같이’라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집밥’이나 ‘소셜 다이닝’ 같은 다양한 공동식사 모임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SNS를 통한 타인과의 연결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교회가 시도해야 할 새로운 사목은 나홀로족의 틈새를 잘 고려해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화시켜야 할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분명 사목 환경을 변화시키고 어렵게 만들 것이다. 나홀로족 신자는 교회 공동체에 소속은 되지만 익명성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반모임이나 성당 행사에는 참여하지만 반장, 구역장, 혹은 단체장은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미사 참례는 하지만 아예 본당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신자들도 많다. 신앙생활도 ‘나홀로’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정사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동안 교회는 대체로 4인 가구를 ‘정상 가정’으로, 그 이외는 ‘비정상 가정’으로 구별하여 정상 가정을 기준으로 사목을 해왔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대세인 현재 가정사목은 ‘나홀로 가정’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새로운 사목 정책과 실행이 요청되고 있다. 앞서 ME의 예를 들었지만, ME가 그 기능과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시대적 징표를 잘 읽고 형식과 내용 면에서 시대에 부응한 쇄신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가정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타인과 연결되기를 원하고 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은 갈망이 크다. 공동체적 삶에 지불할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발적 고립’을 택한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가정사목이 되어야 한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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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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