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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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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전쟁 포로와 유해 송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제 6·25전쟁 이후 군사적 긴장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향한 대전환의 길이 열리게 됐다.

공동성명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향후 북미 실무 협상이 곧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의 북미 대화는 과거 진행됐던 북미 대화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합의문을 발표했던 북미 대화는 1994년 제네바 합의,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 2005년 6자 회담에서의 9·19 공동성명 등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합의는 모두 실무선에서의 협상을 통한 합의였으며, ‘아래에서부터 위로’(bottom-up)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진행되는 협상은 두 정상의 합의에 따라 진행되는 ‘위에서부터 아래로’(top-down)의 방식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화는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목표를 뚜렷하게 명기하고 진행되고 있다.

만일 현재 진행되는 북미 대화가 성공적으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6·25전쟁 이후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를 규정하고 있던 냉전체제가 새로운 평화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신기원을 이룩하는’(epoch making)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반도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새 하늘 새 땅’(묵시 21,1)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 냉전 체제의 시각으로 현재의 변화를 본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전환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과거 냉전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했던 세력의 입장에서는 다시 과거로의 회귀를 요구하게 된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전환의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루카 5,38)는 것이다. 이를 위해 냉전체제의 시각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체제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이는 남북 간, 북미 간 그리고 한미 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입장에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군사적 대결로 치달을 수 있으며, 이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재앙적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민족간의 분쟁을 심판하시고 나라 사이의 분규를 조정하시리니,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아니하리라’(이사야 2,4)는 말씀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새로운 시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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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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