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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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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서쪽의 노을 / 김길나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될 만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111년 만에 찾아온 폭염답게 그 위력이 가히 재난 급이어서 여름을 지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름을 애호하는 '여름 찬양자'가 있다. 바로 나무들이다. 땅에 자신의 근원을 묻은 나무들은 불볕에 달군 생명의 환희를 꽃으로 피워내며, 겨울날의 죽음을 이겨내 넘어온 초록빛 승전가를 하늘로 퍼 올리고 있다.

우리네 인생의 계절에 있어서도 무르익은 젊음으로 초록을 빛내는 시절 또한 여름철이다. 이 시절에는 열정의 과잉으로 객기의 무모함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네 젊은 날의 여름은 은혜로워서 충만한 에너지로 사랑을 익히고, 흐르는 땀방울과 눈물의 힘으로는 고통까지도 삶의 자산이 되게 하며, 집중된 힘으로 성취를 이뤄가는 활력의 계절이다.

그러나 여름은 여름날의 추억을 남기고 생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지금 가을이 지나 겨울로 들어선 이 길목에서 나는 서쪽을 자주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얼마 전 서녘으로 난길을 걸어 문상을 다녀왔다. 병상에 있던 친구 부군이 치매까지 앓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혈액을 투석해야 하는 치매에 걸린 남편과 100세에 이른 시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혼자 돌본 내 친구의 수고로움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그 친구를 천사라고 호칭했다. 오랜 간병으로 지칠 대로 지치고 극도로 쇠진된 상태에서도 친구는 천사답게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버텨냈다. 그 정신력은 신앙의 힘에서 나왔다. 친구는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그 고난의 시간들을 봉헌했던 것이다.

그리고 올 때가 왔다. 친구가 남편을 보내야 할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 긴급한 순간에 그가 거짓말처럼 명징한 의식으로 돌아와 있었다. 임종의 고통이 극에 다다른 와중에도 그동안 그녀를 고생시킨 일에 대해 그는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안아 달라"는 말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됐다. 사그라지는 기운을 남김없이 짜내 천 근 같은 무게로 엮어낸 말,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인 "사랑한다"는 그 말을 친구 가슴에 화살처럼 쏘아 박아놓고 그는 그렇게 떠났다. 문상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슬프도록 붉었다.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의 울음이 붉게 타오르는 것 같은 노을 아래에서 나는 그 노을 빛을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

그리고 노을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친구의 가슴에 꽂힌 순간의 화살처럼 그렇게 화살을 겨냥할 과녁이 어디 없을까?' 물론 답은 나와 있었다. 그 과녁은 심장에 이미 화살이 꽂혀 있는 그리스도의 성심인 것이다. 사랑으로 피 흘리는 성심을 향한 화살이다.

화살기도는 힘이 세다. 빠르다. 분산되는 것이 아닌 응집력이 있다. 내가 화살기도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 기도가 분심 없이 할 수 있는 힘 있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이제야 맨눈으로도 보인다. 하루 중 가장 온화한 해가 서산마루를 넘어가는 게 보인다. 지는 해가 남긴 해의 온유함, 해의 그 고요한 평화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이 저녁, 노을이 꽃빛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길나(베로니카) 시인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08.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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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25 5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로서 즈카르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6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7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8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9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10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11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12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13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15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16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17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18 즈카르야가 천사에게, “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말하자, 19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20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21 한편 즈카르야를 기다리던 백성은 그가 성소 안에서 너무 지체하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22 그런데 그가 밖으로 나와서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성소 안에서 어떤 환시를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몸짓만 할 뿐 줄곧 벙어리로 지냈다. 23 그러다가 봉직 기간이 차자 집으로 돌아갔다. 24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였다.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25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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