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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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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마르티노가 준 선물


자전거를 타고 오는 중년의 남자를 흘낏 바라본다. 마르티노가 떠오른다. 지나가는 모습을 눈길이 따라간다. '뭐가 급해서, 그리 빨리 가세요.'

훤칠하게 잘 생기지도 않았다. 둥글넓적한 얼굴에 웃으면 살짝 벌어진 앞니가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느릿느릿 말을 걸었을 때,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퇴직하고 성당 앞 떡집을 인수했다는 마르티노가 우리 단체에 들어왔다.

그 무렵 우리는 늘 자금이 모자라 몇 년째 애면글면하고 있었다. 마르티노가 불쑥 지난 십 년간 회비라며 뭉칫돈을 내놓았다. 놀랐지만, 얼른 받았다. 얼마 후에는 떡을 후원했다. 쑥떡은 물을 많이 넣었는지 잘못 쪘는지 비틀비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두 달이 지나자 걱정과 달리 제대로 된 떡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르티노의 떡은 맛이 좋아서 성당 어르신들이 납품받아 판매하는 떡이 되었고, 각 단체에서 즐겨 주문하는 떡이 되었다.

"6만 원인데, 5만 원만 주세요."

더운 여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빙그레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늘 주문한 떡 외에 봉지에 이런저런 떡을 담아왔다. 봉사하러 가면서 먹으라고 차에 넣어주기도 하고, 마치고 집에 가서 먹으라고 주기도 했다. 한번은 지나가는 나를 부르더니 줄 게 있다며 황급히 달려간다. 차 안은 CD 상자가 엎질러져 엉망이었다. 동생 신부님이 낸 음반이란다. CD는 우리 집 전축이 문제인지 잘 작동되지 않았다. 그래도 고마웠다.

남편이 구역장을 오래 해서 후임을 찾았다. 마르티노가 옆 동으로 집을 옮겼다기에 부탁해 봤다. 그는 빙그레 웃었다. "하라면 해야지요." 그날, 마르티노는 이사한 이유를 말해줬다. 그에게는 지체장애 딸이 있었다. 성장한 딸은 체격이 커지면서 아빠가 아니고서는 돌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아랫집에서 올라오기를 여러 차례, 수없이 머리를 조아려도 해결되지 않아 결국 일층으로 이사 왔더니 마음이 그리 편할 수가 없다고 했다. 덤덤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어둡고 찌든 그늘은 없었다.

원인 모르게 시름시름 아프다던 마르티노가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몇 달의 투병 생활. 훌훌 털고 일어날 줄 알았던 그의 영면 소식을 지난 주말에 들었다.

이사 간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연도 가는 길, 한 친구가 간밤에 마르티노가 생각나서 울었다 하자 나도, 나도, 슬며시 고백한다. 실상 마르티노랑 마주 앉아 차 한 잔, 밥 한 끼 나눈 사람도 거기에는 없었다. 무엇이 우리를 울게 한 걸까. 그는 어떤 자리에서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가 누구랑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싫은 말을 하는 것도, 남의 험담을 하는 것도. 늘 선한 미소를 띤 모습만 떠오르는 게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장례식장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날, 마르티노를 보내며 우리는 저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전에 마르티노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줬다. 하지만 그가 준 선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빠져나간 자리에서 문득문득 그를 본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그를 떠올릴지 모른다. 월요일 새벽에 삼우 연도가 있다. 그의 미소를 떠올리며 이별하려 한다.


윤선경(수산나·대전 전민동본당) 명예기자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11.0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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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빵을 떼실 때에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오늘의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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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온(Neon)
 데오다토(Deodatus)
성녀  도다(Doda)
 레온시오(Leontius)
 론지노(Longinus)
성녀  마리아 에우프라시아 펠레티에(Mary Euphrasia Pelletier)
 멜리토(Mellitus)
 베네딕토 멘니(Benedict Menni)
성녀  보바(Bova)
 빌리암 피르마토(William Firmatus)
 사바(Sabas)
 알렉산데르(Alexander)
 에그베르토(Egbert)
 에우세비오(Eusebius)
 이보(Ivo)
복녀  코로나(Corona)
복자  프란치스코 콜메나리오(Francis Colmenario)
 피델리스(Fidelis)
 호노리오(Hono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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