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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사랑과 신뢰 그리고 영향력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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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은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UN식량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쌀 136만 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문제가 우리 정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쌀 재고 상황을 보면 30만 톤 가량의 지원은 당장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5월 4일 방사포와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데 이어 9일에도 추가 발사를 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는 장거리 타격 수단들의 화력 타격 훈련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고,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사실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비록 인도주의적이라 하더라도 썩 내키는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쌀은 북한 인민들에게 배분되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인도주의적 표지다. 그런데 함께 공부했던 탈북민 후배의 말에 따르면, 과거 남한이 북한에 쌀 지원을 했을 때, 북한 정권이 공개하지 않아도 남측에서 지원한 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이뤄진다면 북한 인민들의 남측에 대한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 인민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지원이 이뤄진 후에 북한의 추가 도발이 발생하면 그때 지원에 대한 재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지원을 통해 식량난 해소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재검토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에 압박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해 추가 지원이 재검토돼 식량난이 지속된다면, 북한 인민들의 불만은 북한 정권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쌀 지원은 인도주의적 행위이자 동시에 북한에 대한 지렛대(leverage)가 될 수 있는 정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사도 바오로는 “그대의 형제가 음식 문제로 슬퍼한다면 그대는 더 이상 사랑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의 음식으로 형제를 파멸시키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그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로마 14,15)라고 말했다. 쌀은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사랑의 실천에 적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면 이는 사랑의 실천이면서 남측에 대한 북한 인민들의 신뢰 확보를 위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신뢰 확보는 향후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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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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