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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반도 평화의 외로운 여정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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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6월 12일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간 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와 감동에서부터 실망과 좌절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진폭의 감정 변화를 겪어야 했다.

2018년의 봄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한반도 평화라는 기대로 따스하게 시작됐다. 남북 여자 하키 단일팀의 감동이 있었고, 북한 예술단 공연에서 평화를 바라는 한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남북 두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을 통해 남북의 신뢰가 한반도 평화의 밑바탕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뒤이은 5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무기 연기 선언은 우리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 줬지만,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6월 12일로 확정되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안도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북미 합의에 대한 환호는 이후 북미 협상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자 우려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19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우리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결국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렸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고, 후속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식량 지원과 개성 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요구 등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우리는 좌절감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란 정말 지난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는 단지 남북 간, 북미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국제 정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위시한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가 정착되기보다는 적당한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즉 현상 유지(status quo)가 자신들에게 이익일 수도 있다. 심지어 북한 역시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평화가 아니라면, 긴장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핵무력을 보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만이 외롭게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외로운 이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시고 사로잡힌 이들을 행복으로 이끌어 내시는 분’(시편 68,7)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결국 한반도 평화의 집을 하느님이 마련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지 않을까?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루카 1,79)주시는 하느님을 믿고 외롭고 힘들어도 평화를 위한 긴 여정에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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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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