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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교회도 혐오·증오 뉴스에 맞서자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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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 란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연재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연재를 시작할 무렵은 가짜뉴스로 한창 지구촌이 몸살을 앓던 때. 그 직전 미국대선(2016년) 때는 가짜뉴스들이 진짜뉴스보다도 더 많이 인터넷에서 조회됐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당시 세계의 전문가들은 ▲클릭 횟수가 곧 돈으로 직결되며 ▲사람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를 찾는 ‘확증편향’ 때문에 가짜뉴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또 디지털 자본주의 확장세에 맞춰 훨씬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post truth) 시대라고 규정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속적으로 ‘가짜뉴스’의 폐해를 지적하며 경계와 대책을 촉구했다. 가짜뉴스야말로 공동체 정신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기 때문이었다.

그 뒤 몇 년간 나타난 현상은 불길한 예상을 훨씬 넘었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성큼 자리를 잡았고, 관련 산업의 급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도도히 굽이쳐 간다. 하지만 ‘탈진실’의 역기능 또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짜뉴스는 혐오와 증오 콘텐츠로 악성 변종이 되어 인류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회당에서는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테러로 51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때 범인은, 범행 장면을 페이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함으로써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혐오 표현)는 주로 인종과 국적, 종교, 성적 정체성을 둘러싸고 나온다. 사회·문화적 갈등이 심한 인도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는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이 빌미가 돼 폭행과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11일부터 유권자 9억 명(세계인구의 10)이 참여해 6주 동안 치러진 인도총선은 혐오·증오 콘텐츠와 벌인 전쟁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반 난민, 반 EU를 지향하는 극우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가 그렇고, 독일에서는 외국인 혐오범죄와 반유대주의 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크게 보면 비슷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해정보(혐오·차별·비하·욕설 등)의 시정을 요청한 건수는 2015년 1982건에서 2018년엔 3900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중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같은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예멘 난민들과 중국동포,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극단적 혐오 발언이 넘친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는 더 위태롭다.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취향과 신념’ 맞춤형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의 미디어 이용자들이 유튜브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특히 열광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혐오·증오 표현이나 범죄에 관한 한 조짐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거의 신성불가침적으로 대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해서 쉽지가 않다. 다만, 스스로 잔혹한 인종증오 범죄를 일으켰던 독일은 ‘네트워크시행법’을 제정해 강하게 시행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플랫폼 업체가 삭제토록 하고 이를 어기면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갈수록 혐오·증오 표현과 행동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자 싱가포르, 호주처럼 법을 만들어 대응하는 나라가 잇따르고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대처해오던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업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짜뉴스나 혐오표현을 단속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다. 관련 법안들도 국회에 상정돼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글로벌 ICT들은 표현상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팩트 체킹이나 추방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식별안목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교육)는 필수적이다. 가짜뉴스가 혐오·증오 뉴스로 악성 변종이 됨에 따라 더욱 절실해졌다. 예전의 문맹교육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물론, 각종 기관, 단체들이 모두 나서야 하는 보편적 교육이다.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면, 혐오와 증오에 맞서겠다면, 아직 관련 프로그램 없는 우리 교회도 팔을 걷고 나서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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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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