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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김병일 바오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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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바오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4년부터 시 정부 데스크톱에 리눅스(Linux)를 사용해온 독일 뮌헨시가 다시 윈도우로 돌아간다. 상용 소프트웨어와 호환성을 고려하면 윈도우 사용이 필수적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 2월 10일 뮌헨 시 행정당국과 인사위원회가 윈도우 10 채택을 위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권고안은 늦어도 2020년 말까지 시 정부 전역에 채택할 수 있도록 윈도우 기반 클라이언트 아키텍처 개발을 즉시 시작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표준 제품(standard products)을 사용하는 것은 SAP 같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와 호환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한다.

2003년 뮌헨시는 MS 윈도우 대신 우분투(Ubuntu)를 개조해 만든 리묵스(LiMux)란 운영체제를 시 업무 활용에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리묵스는 리눅스(Linux)와 뮌헨(Munich)을 합친 명칭이다. 뮌헨시는 2013년까지 윈도우 대체사업을 통해 1만 5000여 PC를 전환했고, 총 3000만 유로(약 360억 원)를 투입했다. 그러나 2014년 뮌헨시 시장이 바뀌면서 윈도우로 회귀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디터 라이터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파트너인 액센추어가 포함된 자문단에 연구 보고서를 의뢰했고, 자문단은 보고서에서 시 정부 직원들이 윈도우 10과 MS 오피스 사용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위원회가 15일 윈도우 전환을 잠정적으로 승인함에 따라, 리묵스는 2021년까지 윈도우로 바뀌게 된다.

리눅스에서 윈도우로 회귀하면서 뮌헨시는 상당한 재정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우선 리눅스 구축 사업에 지난 10년간 투입했던 비용은 차치하고, 윈도우 7 데스크톱 구입 비용뿐 아니라, 윈도우 10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도 추가해야 한다. 게다가 운영 체제(OS)와 독립적으로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위한 웹앱, 가상화된 앱, 원격 데스크톱서비스 등을 구축하는 비용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리묵스의 성능에 대한 불만은 개량된 리눅스 버전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MS 윈도우 10으로 회귀하는 정책은 근시안적인 정책 결정일지 모른다. 데스크톱에 사용되는 운영체제의 변경이 IT 정책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0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뮌헨시의 오픈 소스 정책이 시장이 교체됨에 따라 180도 변경되는 것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부가 변경될 때마다, 철학ㆍ현실ㆍ비전 없이 이전 정부의 기존 정책을 자주 바꾼다면 새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한다. 특정 사업자의 운영체제에 대한 종속을 탈피하여 독립, 개방과 공유 정책을 추진한 리묵스(LiMux) 프로젝트도 호환 용이성 확보라는 표면적 이유에 가려진 ‘익숙함’에 두 손을 들고 마는 것일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Google 등 특정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해져, 아니 종속되어 있어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는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컴퓨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해 왔다. 예컨대, 2020년까지 개방형 OS(일명 한국형 OS)를 만드는 안이 대표적이다. 다만, 한국형 OS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정부에서 HWP를 사실상 공공 문서 표준 포맷으로 사용하는 것을 개방형 문서 표준으로 도입해야 한다. 우리는 수년 전 MS가 윈도우 XP에 대한 업데이트와 보안패치 제공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특정 업체 기술에 종속되는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는 MS가 NT 기술지원을 선언했던 10여 년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업체에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IT 환경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거대 물결인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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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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