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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길

박혜원 소피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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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소피아 화가



프랑스의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나를 미소 짓게 하고 가장 부럽게 하는 광경이 있다. 유치원 선생님의 인솔 하에 미술관을 찾은 꼬마들이 작품 앞에 털썩 주저앉아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문화’란 억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부터 자연스레  녹아들어 개인의 인격과 철학을 형성하고 성숙한 자의식과 철학, 즉 소신 있고 주체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르아브르의 앙드레 말로 미술관 같이 대통령 또는 고위공직자의 가장 큰 공로를 평가할 때 자국민의 정신을 풍요롭게 함으로써 진정 삶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사업 기여도가 핵심적인 평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이들 이름이 붙은 미술관(조지 퐁피두 국립현대미술관), 도서관(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 등을 쉽게 마주친다.

프랑스에서 ‘문화’는 경제 개념의 문화사업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물론 프랑스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은 관광수입을 창출해내는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문화유산의 가치와 관광사업을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고 있는 점이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 민족 정신의 보고이자 문화유산인 예술작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시, 보존하고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건축가를 찾아 미술관을 짓고 미술품 전시를 비롯해 살아있는 문화 공간, 즉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임을 지각하고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이다. 이 시대의 거울인 현대 미술가들의 새롭고 전위적인 표현이 끊임없이 소개되는 전시가 활발하게 기획됨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희망찬 현장이 바로 미술관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미술관 모습은 시간을 초월해 끝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과거와 현대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서관, 공연장 및 문화강좌를 비롯해 미술 실습을 할 수 있는 진정 활기 넘치는 복합 문화공간이자 힐링 장소로서의 미술관이다.

성숙한 시민에게는 흑백의 단순 논리 사고에서 벗어난 여유롭고 합리적인 사고가 요구되는데, 가장 부드럽고 성숙하게 이르도록 도와주는 매체가 바로 ‘예술’이다. 물론 예술 이전에 철학과 인문학의 바탕이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예술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 아름다운 또는 진실한 조형적 형태인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본질, 자아 성찰로 이끌어준다. 예술이 하나의 교양으로 치부되는 사회, 내적으로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내적 충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의식하여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예술적 분위기’에 젖는 흉내를 내는 데 그치는 ‘겉멋’, 즉 ‘지적 허영’에 빠진 자가 많은 사회는 미숙한 사회이자 문화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는 문화, 교양, 인문학 등의 유행어를 남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생활 안에 깊이 들어와 있지 못한 까닭이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해 치유 받고 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리고 예술 위에 바로 종교가 있다.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는 종교가 그 엄숙한 경계를 넘어 국민에게 열려 있는 문화 향유의 공간을 제공해준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 비신자들에게는 높은 담일 수 있는 가톨릭이라는 명패를 내걸지 않고, 모두의 피폐한 마음과 정신을 어루만져주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가톨릭의 위상이 급부상하는 것은 물론, 진정한 문화 선진국을 향한 길에 앞장서는 한국 사회의 ‘정신적 축’이 될 수 있으리라.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에 흔들림 없다. 이는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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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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