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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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인생 후반전, 역전해서 주님께로

서왕석(마태오, 꾸르실료 한국협의회 회장, 서울대교구 꾸르실료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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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겪고 15년이 흘렀습니다. 이후 덤으로 사는 선물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은 성실하게 모든 것을 사랑으로 대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간 때로는 가파른 고갯길을, 때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강을 건너기도 했습니다. 쉽지만은 않았던 그 길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이 늘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 떠 있는 배들에게 비춰주는 등댓불처럼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당신 사랑을 비춰주고, 우리 각자의 희망과 믿음이 빛나야 함을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께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씀드리고, 나 자신을 모두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사랑의 생활을 살 수 있기를 지금도 기도드립니다. 저는 모든 일을 주님 편에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제 제 모든 것은 주님의 것입니다. 제게 남은 건강한 몸, 그리고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떠한 역경이나 어려운 고통이 찾아와 한 몸 지쳐 쓰러질지라도 주님을 위한 것이라면 끝까지 가려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래 살든 오래 살지 않든 멋지게 살고 싶으시죠? 누구나 곱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제 삶을 축구경기 전후반 90분에 비유하곤 합니다. 제가 지금 6학년 3반, 예순셋입니다. 전반전 45분이 지나갔고, 후반전도 벌써 18분이 지나갔습니다. 남은 시간은 27분에 불과한 셈이죠.

저는 전반전에 이미 3골을 먹혔습니다. 3대 0으로 지는 삶을 살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제 교만으로 인해 사업을 하는 동안 30번이 넘는 부도를 맞으며 한 골을 내줬습니다. 두 번째, 한때 주님과 멀리하고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또 한 골을 내줬습니다. 세 번째, 교통사고 이후 우울증과 수면장애 속에 주님을 원망하면서 보내는 삶의 여정에서 또 한 골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에 와서 2골을 만회했습니다. 첫째, 교통사고로 비록 4급 지체 부자유 장애인이 됐지만, 이를 통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얻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6년 동안 매년 한 번씩 신ㆍ구약 성경을 통독할 수 있는 은총을 얻고 또 한 골을 만회했습니다. 이제는 남은 시간 동안 1골을 더 만회해 동점을 만들고, 남은 삶의 여정에서 또 한 골을 더 넣어 역전한 다음 주님께 가려 합니다. 자신이 외로움과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때, 기쁠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여러 가지 일로 고통당할 때,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나날이 되고, 기쁘고 훈훈한 신앙생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좋은 마음은 좋은 것을 가져오고, 나쁜 마음은 나쁜 것을 가져옵니다. 투덜거리는 사람은 투덜거림을 얻습니다. 고맙고 감사하는 사람 주위에는 고맙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있고, 믿음과 희망이 있는 사람 곁에는 믿음과 희망 가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세상에서 살 집을 잘못 지으면, 그 집에서 몇 년만 고생하면 됩니다. 그러나 죽은 뒤 우리가 가야 할 저 세상에 살 집을 잘못 지으면 영원히 고생할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탤런트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지 않고, 진실한 인생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것은 바로 영원히 살 집을 잘 짓는 것입니다. 이 글을 끝내며 지금까지 제 삶의 여정을 묵묵히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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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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