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노숙자, 장애인, 화가… 주님 주신 은총의 삶

노숙자로 전락해 자살도 시도했던 한국화가 윤용주씨의 새로운 삶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윤용주씨가 자신의 좁은 쪽방에서 작품을 펼쳐 보이고 있다.



“주님께서 살려주신 거였더라고요. 그걸 나중에야 깨달았지요.”

13일 서울 용산 쪽방촌에서 만난 윤용주(요한 사도, 56, 서울 후암동본당)씨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꺼내면서 “주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씨는 당뇨합병증 때문에 5년 전 그리고 1년 전 각각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를 절단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그는 한국화가다. 그림에 문외한이더라도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지난해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제2회 국제장애인미술대전’에서 작품 ‘산하(山河)’로 특선에 선정됐다. 작품 산하는 전라북도와 충청북도 사이 용담댐 상류 죽도에 있는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지금은 서울 후암동성당 교육관에 전시돼 있다. 도움을 준 본당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기증했다.

전주 출신으로 15세 때부터 지역 작가들에게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운 그는 30대까지 전업 화가였다. 그림만 그려선 먹고 살 길이 없어 1995년 건설 중장비 임대업에 손을 댔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 때인 1998년 사업이 망하면서 사장님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거쳐 노숙자로 전락했다. 전셋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 중장비가 전부 경매에 넘어가는 데는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얼마 뒤엔 단란했던 가정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법적으로라도 갈라서지 않으면 아내와 어린 두 자녀에게까지 빚쟁이들의 손길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노숙자로 전락한 신세를 한탄하며 자살 시도만 수차례. 소주 26병을 들이키기도 했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지만, 그는 주님의 은총으로 살아남았다.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하필 그때 길에 차가 지나갈 게 뭐랍니까. 차 지붕이 찌그러지면서 저는 별로 다치지 않았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살던 그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빚을 갚아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독한 먼지로 폐기종이 생겨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갈 곳도, 일도 할 수 없는 밑바닥 처지가 됐다. 그때부터 술 없이는 살지 못하는 폐인 같은 삶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은 망가져 갔다. 당뇨합병증과 골수염도 앓게 됐다. 국립의료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던 한 수녀를 만나게 됐고,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4년 전 일이다.

술을 끊은 윤씨는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후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싸움박질도, 술로 몸을 버리는 일도 하지 않는 ‘천사’로 거듭났다. 지금은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성전 건축 기금이 필요한 청주교구 두촌본당을 위해 작품을 기증하는 등 자신의 재능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하고 있다. 윤씨가 화가로 재기하도록 붓과 먹까지 선물하며 도운 은인도 생겨났다. 전직 사진기자 출신 김원씨다. 또한, 본당 빈첸시오회와 반구역장, 가톨릭사랑평화의집과 꽃동네도 그의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윤씨는 소박하나마 꿈도 갖게 됐다. 올 8월 열리는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입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3.3㎡(1평) 남짓한 쪽방에서 좀 더 큰 방으로 이사도 해야 한다. 출품작 크기가 최소한 지금 사는 방만큼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님을 알게 되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었어요. 이런 게 하느님의 치유이구나 싶습니다. 지금은 하느님께서 ‘네 다리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내 큰 사랑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야’ 하고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행복합니다.” 글·사진=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4-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0

시편 36장 10절
정녕 주님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주님 빛으로 저희는 빛을 보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