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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4차 산업혁명과 신앙

고정욱 안드레아(소설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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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는 아마도 무척 당황했을 게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 잡고 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예수님이 직업을 바꾸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 직업도 알게 모르게 대여섯 번 바뀌었다. 고교 시절엔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장애를 이유로 의대나 공대 등의 이공계 학과에서 입학을, 아니 응시조차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전공을 바꿔 들어온 곳이 국문과. 학교에 다니면서 보니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 대학교수인 듯했다. 대학원을 다니며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대학은 아직 장애인 교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수차례 도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하느님은 인간의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준다는 헬렌 켈러의 말이 유효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꿈꾸던 경제적 자립을 등단하면서 이루었다.

제법 이름도 알려지고 베스트셀러도 발간했다. 자녀들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마뜩잖았던 거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것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다. 그해에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동화가 되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법. 계속 동화를 썼다.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묘한 조짐이 보였다. 여기저기서 작가를 만나고 싶다고 강연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두 번 가기 시작한 강연이 점점 늘었다. 늘어도 너무 늘어 이제는 일 년에 300번 이상을 간다. 지금은 직업이 강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애초에 내가 원했고 바랐던 직업인 의사에서 지금은 너무 멀리 와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온 세상을 덮친다고 사람들이 모두 대비하라고 호들갑이다. 심지어 그때 어떤 식으로 삶이 변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오는 건 아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함이 온통 가득하다. 인공지능과 로봇, 새로운 신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치하면서 인간은 정말 할 일이 없어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저절로 생겼다.

꿈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직업을 말한다. 하지만 이제 직업이 꿈이 되긴 어려운 시절이다. 어느 직업이 생기고, 어느 직업이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부모의 궁금증은 이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위기가 다가올 때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느냐이다. 심지어 교육도 흔들리는 판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해준다면 인간의 삶이 과연 편할지도 알 수 없다. 미래에 안전한 직업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약사. 그토록 선망하던 수많은 ‘사’자 들어가는 직업들도 다들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니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수님의 사도들은 직업을 버리고 어느 날 벼락이라도 맞은 듯 고난의 길로 나선다. 내가 그러했듯이 우리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게 될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변화를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간절히 기도하며 강구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수용할 수 있기를 기도하자.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연성을 간구하자. 무엇을 하든 절대 우리는 버림받지 않는다. 그물을 버리고 떠난 베드로처럼 우리는 다가올 새로운 삶을 향해 과감하게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신앙 하나 꽉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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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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