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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신앙생활의 2막(곽윤기, 스테파노, 쇼트트랙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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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저는 신앙의 첫발을 내딛고 한동안 하느님과 함께 잘 지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쉽게 싫증을 내는 성격 탓인지, 아니면 일주일 내내 스케이트장에 있어야 했던 탓인지, 저의 삶에서 하느님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19살에 국가대표가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집을 떠나 선수촌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혼자 지내는 시간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은 아까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선수 생활은 큰 무리 없이 잘 지나갔고 20살 초반에세계대회에서 여러 차례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결과는 내가 이루어낸 거야.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낸 것이니 앞으로도 혼자서 잘 해내면 될 거야’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어리석고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때마다 그 마음은 조금씩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2~2013시즌에는 저 자신도 놀랄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중,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4년 동안 준비해 온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도 마음 아프고 힘들었지만, 부상은 항상 다른 사람의 일이라 생각했던 저에게 발목 부상은 ‘선수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크고 심각했습니다.

‘왜 나는 내가 다치고 나서야 그동안 동료 선수가 부상으로 힘들어할 때, 그들을 위로하지 못하고 함께해주지 못했는지 깨닫게 되는 걸까?’ 재활을 위한 훈련을 하면 할수록 마음은 무거워졌고 자신감도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만큼 부상은 더욱 더디게 회복되는 듯했고, 완벽하지 못한 몸으로 나선 경기는 매번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를 그만두어야겠다’라는 생각이 굳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선수촌 성당을 향하는 동료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하느님이 필요하다고 하면, 하느님이 받아주실까?’ 어색하게 들어선 성당에서 마주한 신부님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평소에 힘든 이야기는 가족들에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더 힘들어할 가족의 모습이 떠올라 그냥 잘 지낸다고 말하곤 했지만, 그날은 누군가에게 꼭 힘들다고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고해성사를 마치고 신부님은 “그동안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을까요? 지금이라도 돌아온 건 정말 잘한 일이에요. 그 마음이면 됩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 후에도 재활 훈련은 힘들었고, 원하고 계획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매주 한 번은 찾아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 생겼고, 힘들 때 다시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궁금했던 하느님이 이제야 다시 궁금해졌고 매번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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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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