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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어느 봄날의 구치소

도재진 바오로(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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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갔다. 방문 목적은 당연히 취재였다. 구치소 봉사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마침 그날 구치소 내에서 늦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도 봉헌한다고 해서 동행하기로 했다.

서울구치소로부터 취재 승인을 받는 과정은 까다로웠다. 입사년도부터 시작해서 현 출입처 정보까지 필요했다. 서약서도 써야 했다. 그렇게 조사(?)가 끝난 후 서울구치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긴장했던 탓일까? 봄날의 서울구치소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검색대를 통과한 후 내부로 들어갔다. 철창살로 된 문이 하나둘씩 열리고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벽에는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다소 밝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재소자들과 마주했다. 재소자들은 교도관들의 엄격한 통제에 따라 움직였다. 죄수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낯설었다. 왠지 모를 경계심도 생겼다.

그런데 미사가 시작된 후 생각이조금씩 바뀌었다. 재소자들이 미사 전례 봉사를 했고 다른 재소자들은 성가를 열심히 부르며 미사에 참여했다. 마침 이날이 성경 필사를 제출하는 날이었는데 6번 써낸 재소자도 있었다. 재소자들을 만나기 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구치소 봉사자들에게 어떤 이유로 이 일을 하는지,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봤다. 그들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재소자들로부터 얻는 기쁨과 감동이 더 크다고 했다. 재소자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봉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했다.

재소자들은 죄를 짓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재소자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갔을 때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봉사자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봉사자들의 진심이 통한 걸까. 2016년과 2017년에 모두 57명이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86명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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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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