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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제 구약학회 참관기(하)

히브리 성경에 대한 끝없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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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랑에(A. Lange) 교수는 사해문서 가운데 성경 본문이 실린 것만 따로 모아서 ‘쿰란의 성경’(BQ: Biblia Qumranica)을 준비하고 있다. 역시 비평본이 될 것이며 2015년에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에제키엘서를 간행할 정도로 진척됐다. 사해사본과 히브리 성경을 대조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기존의 히브리어 본문과 좋은 대조를 이룰 것이다.

독일의 할레-빗템베르크(Halle-Wittemberg) 대학의 쇼르히(S. Schorch) 교수는 새로운 사마리아 오경의 비평본을 준비하고 있다. 비평 장치(apparatus)만 다섯 층에 달하는 무척 꼼꼼하고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며,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작업이고, 그런 의미에서 아예 새로운 사마리아어 폰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본문은 오경 본문 연구에 또 다른 자극이 될 것이다. 또한 이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으로 뮌헨 대학의 가톨릭 신학부를 중심으로 성경 히브리어의 언어학적 분석 데이터베이스가 BHt(Biblia Hebraica transcripta)라는 이름으로 준비되고 있다.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 이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면 히브리 성경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준비되고 있는 각 프로젝트의 책임자들은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각 프로젝트의 특징과 진척상황 등을 직접 설명했고, 히브리 대학의 토브(E. Tov) 교수 등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하고 평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양한 학자들이 많은 말을 쏟아냈지만, 아직 섣부른 결론을 낼 단계는 아니었다. 다만 성서연구의 시초부터 강조된 ‘히브리 성경’(BH: Biblia Hebraica)이 과연 어떤 개념이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토론한 점이 흥미로웠다.

‘과연 BH는 원본(Urtext)을 의미하는 것인가?’ ‘실질적으로 맛소라 본문(MT)과 동의어로 학계에서 통용되지 않았나?’ ‘그렇다면 맛소라 본문이 곧 히브리 성경인가?’ ‘비평본이란 어떤 개념이었는가?’ ‘비평본에 기반해 원본을 추구하는 열망과 방법은 아직 정당한가?’ ‘하나의 비평본에만 의지하여 공부하는 것은 합리화될 수 있는가?’ 이런 물음과 토론을 통해 구약학의 중요한 주제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주제는 향후 본문 비평학의 연구 방향을 시사한다.

하지만 유다인, 영국인, 대륙인 등이 저마다 다른 히브리 성경을 지닌 ‘본문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 같지는 않다. 참가하는 학자의 양과 질의 면에서 BHQ와 비교할 프로젝트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BHQ는 2017년까지 완성될 계획인데 반해 다른 프로젝트는 이제 수년에 한두 권씩 간행되는 정도다.

그리고 이런 대회에서도 각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성경 관련 사업이 화제가 됐다. 신문지면에서 모두 거론할 수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다양한 주석서들이 준비되고 있었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와 바오로딸출판사가 간행하는 ‘거룩한 독서를 위한 성경 주석’ 시리즈도, 이런 국제적 흐름과 비교하여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끝으로 느낀 점 두 가지를 적고 글을 마치겠다. 첫째는 한국 가톨릭 구약학의 국제화를 위한 것이다. 세계교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한국 구약학자들이 이런 국제적인 교류에 더욱 관심을 갖고 더 활발히 참여하면 참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는 이렇게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과 태도다. 식사 중에 이런 대화가 있었다. OHB를 이끄는 헨델 교수는 모든 작업을 “천천히 그리고 관대하게”(slowly and generously) 진행해야만 오류가 적고 질이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들은 스카(J. L. Ska, SJ) 신부님 등이 옳은 말이라고 적극 찬성하였다. 필자는 그 순간 ‘서두르며 천천히’(Eile mit Weile)라는 독일어 표현이 생각났다. ‘빨리빨리’ 문화와는 전혀 다른 이런 태도가 우리 교회와 신학계에도 널리 퍼져나가서 더욱 질이 높은 연구 결과를 축적하길 소망한다.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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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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