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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 본당의 안중근 순국 104주년 기념식

조광 이냐시오(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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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변두리의 한 본당에서 안중근 순국 104주년 기념식이 그 본당의 스카우트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바로 서울 중랑구의 신내동성당이었다. 안중근을 기리는 간단한 음악회와 기념강론, 안중근 흉상 제막식이 그 행사의 전부였다. 그러나 본당은 신자들로 넘쳤고, 행사를 주관한 사람들이나 이 행사에 참관했던 이들 모두는 행복한 저녁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안중근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토마스라는 세례명을 즐겨 썼던 개항기 한국의 대표적 애국지사이며 천주교 신자였다. 안중근은 조선 침략의 원흉이자 조선에서 무고한 많은 생명들을 살해하도록 지휘한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했던 인물이다. 안중근의 의거는 동포에 대한 일제의 살육을 막기 위한 결단이었으며, 조선 민족에게 닥칠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 감행된 정당방위적 차원의 행동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의 독립을 바라던 많은 이들의 모델이 됐다. 제국주의 침략을 경험했던 많은 나라는 그의 자기희생적 행동을 높이 칭송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하에 있던 우리나라 교회 지도자들은 한때나마 안중근을 경원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장엄하게 등장했고 교회의 자랑이 됐다. 1946년 3월 26일 서울대목구장 노기남 주교는 그의 순국을 기념하는 주교 대례미사(장엄미사)를 명동성당에서 드렸다. 이로써 안중근은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복권될 수 있었다.

 이날의 기념 강론은 함세웅 신부가 맡았다. 강론에서는 안중근의 빈 무덤이 강조됐다. 지금까지도 안중근의 시신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이미 그의 시신은 없어졌다. 빈 무덤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가 만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듯이, 안중근을 우리 마음속에 모실 때에 그는 우리와 함께 있다. 그리고 안중근을 마음에 모신 신자들도 안중근처럼 이웃과 겨레를 위해 신망애 삼덕을 실천하면서 사랑의 순교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프랑스는 18세기 말엽 이래로 공교육과 교회의 분리를 시도했다. 교회 계통의 많은 학교들이 국유화됐던 역사가 있다. 그러나 그 프랑스의 대학들은 지금도 부활절 방학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그만큼 신앙과 일상생활을 교회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리스도교의 윤리 기준이 사회질서의 원칙이 됐고, 그 문화가 신앙을 떠나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종교적 축일은 곧 국가적 기념일이며, 성인성녀들은 국가의 위인으로 존숭(尊崇)되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그 사회에 토착화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천주교회도 가톨릭 신앙의 토착화 및 사회질서와 문화의 복음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해방 이후 일부일처제라는 그리스도교적 문화와 사회질서를 확립시켜 주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는 한국 사회를 복음화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질서와 문화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많다.

 서울의 한 본당, 신내동성당에서 거행된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 기념식은 바로 우리 문화와 사회질서를 그리스도교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평가된다. 오늘의 교회가 그의 모범을 따른다면 우리 교회는 분명 겨레의 마음속에 깊은 공감을 주면서 겨레의 구원에 이바지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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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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