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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 글라스] 29. 서울 광림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스위스 출신 마르크 수사 작, 공간 성격과 기능성 살리고 감리교 특성에 맞게 구체적 형상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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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마르크 수사 작, 공간 성격과 기능성 살리고 감리교 특성에 맞게 구체적 형상 제외

▲ 1999년 서울 광림교회에 설치된 마르크 수사의 ‘성부, 성자, 성령’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높이 12m에 달하는 우측 6개 창에는 삼위일체와 성령의 속성이 표현됐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에게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하고 제작한 자신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블라인드나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상황을 목격하는 순간일 것이다. 실제로 국내 성당 답사를 다니다 보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유입되는 빛의 양이 적절하지 않거나 유리 표면에서 소리가 튀어 강론이 들리지 않는 현상을 완화하고자 스테인드글라스에 또 다른 장치를 덧대는 사례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큰 비용과 공을 들여 제작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은 여러 면에서 큰 손실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한 작가의 예술 작품이기에 앞서 실제 건축물에 설치돼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 발을 딛고 있는 건축 예술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서울 광림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작품이 놓일 공간의 성격과 기능을 최대한 고려하여 사용자의 어려움을 스테인드글라스로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광림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프랑스 떼제 공동체 소속 스위스 출생 마르크 수사(Br. Marc)의 작품이다. 마르크 수사는 1987년부터 한국에 머물며 국내 여러 성당과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디자인했다.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에서도 1999년 완성된 서울 광림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3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된 마르크 수사의 대표적인 역작이다.



빛의 분할 극대화와 삼원색의 조화

수천 개의 색유리 조각을 조합해 빛의 분할을 극대화한 이 작품은 감리교회라는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형상은 제외하고 최소한의 상징과 색, 그리고 성경 구절을 한글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리스도교적 메시지를 형상화했다. 광림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제단을 중심으로 오른쪽 6개의 창과 왼쪽 2층 4개의 창에 설치되었다. 오른쪽 6개의 창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높이 12m의 창 3개와 2층 신자석에 의해 이등분된 3개의 창으로 이뤄져 있다. 마르크 수사는 온전한 창이 3개라는 점에 착안해 첫 번째 3개의 창에 삼위일체를 형상화하고 상하로 나뉜 3개의 창에는 성령의 속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제단 왼쪽 4개의 창은 교회 측 요청에 따라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의 회심과 모세의 소명을 추상적으로 해석해 표현했다.

교회 내부 공간 분위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오른쪽 6개의 창은 색의 상징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첫 번째 창인 ‘성부’에는 태초 빛의 근원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사용하고, 두 번째 창인 ‘성자’에서는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육화하는 예수 강생의 길과 그 고통을 흰색과 붉은색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삼위일체의 마지막 부분인 ‘성령’은 노란색을 주조로 해 마치 봄과 같이 생명감이 넘치는 성령의 힘을 표현했다.

이처럼 파랑, 빨강, 노랑으로 이어지는 색 변화는 성령의 속성을 나타내는 나머지 3개의 창에서 거꾸로 반복되면서 통일된 색감을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상징적인 색들은 잘게 쪼개진 색유리의 굴절된 빛에 의해 실내에 반사되면서 음악적인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번은 학생들과 함께 현장학습차 교회에 방문해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었는데, 한 학생이 ‘왜 이렇게 큰 창을 잘게 나누어서 그물처럼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좀 더 시원시원한 면 분할이었으면 좋았겠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자 옆에서 교회를 안내해 주던 담당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전례의 조력자로

“우리는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고 100가 아닌 200 만족하고 있습니다. 큰 유리창으로 쏟아지던 강한 빛도 완화됐고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창유리로 인해 튀는 현상도 사라져 음이 교회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 설치 후 이전에 사용했던 암막 커튼은 필요 없게 됐습니다.”

실제 마르크 수사는 작품 구상을 위해 예배에 여러 차례 참석하면서 찬양과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많이 고민했고,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빛과 소리를 적절히 분절시킬 수 있도록 작품을 구상했다. 자신의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늘 존재한다. 그러나 잠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스테인드글라스는 전례 공간 내 빛의 질을 결정하고, 전례의 모든 진행에 방해됨이 없는 ‘조용한 조력자’이자 ‘주인공’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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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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