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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6월 항쟁·직선제 개헌 이끈 ‘민주화의 성지’

영화 ‘1987’과 한국 천주교회 그리고 30년

영화 '1987' 개봉을 계기로 30년 전 그해 역사와
세상을 바꾼 이들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왜 모두가 거리로 뜨겁게 나섰을까? 극영화의 속성인 허구 속에 감춰진 그 시절의
진실을 들여다보면 영화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다.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의
말처럼 1987년 명동성당에서의 6월 항쟁은 또 하나의 드라마였다. 당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천주교회는 왜 쫓기는 사람들이 찾아드는 최후의 보루가 됐을까?
영화에선 잘 다뤄지지 않은 한국 천주교회 활동을 관련자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 들여다본다.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군홧발에 움츠려 있던 이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변명에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민주화는커녕 최소한의
인권마저 부정하는 만행이었다. 1월 26일 명동성당 미사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물었다. "너의 아들, 너의 제자, 너의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동시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고 정권을 향해 경고했다. 고(故) 박종철군
추모 미사와 진상 규명 촉구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철저히 무시했다. 국민들의 개헌 요구를 거부하고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밀고 나갔다.
김 추기경은 4월 19일 발표한 부활 대축일 메시지에서 "무참히 깨어진 개헌의 꿈"이라고
맞받아치며 개헌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이틀 뒤인 21일 광주대교구 신부들은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단식기도와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은
전국의 교구와 수도회로 퍼졌고 개신교계도 동참했다. 이는 정치권까지 가세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고문 조작 비밀서신이 전달된 종착역은 천주교

1987년 5월 11일 당시 서울대교구 홍보국장이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전국사제단)을 이끌던 함세웅 신부는 재야인사 김정남(요한 세례자, 1988년 가톨릭평화신문
편집국장을 지냄)씨가 보낸 편지와 보고서를 김 추기경에게 보고했다. 박종철군을
직접 고문해 죽인 하수인은 따로 있으며 진범 세 명의 이름과 소속을 확인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김 추기경은 작성 과정과 김정남씨에 대한 믿음으로 이 성명을
발표하도록 허락했다.
 

보고서는 이렇게 작성됐다. 1987년 1월 17일 자정
당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이부영(이시도로) 사무처장이 수감 중이던 영등포교도소에
고문 경찰관 조한경씨와 강진규씨가 수감됐다. 이부영 사무처장은 교도소 안유 보안계장과의
면담에서 이들이 억울함을 하소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아일보 퇴직 기자인
이 사무처장은 보충 취재를 계속해 이 사실을 화장실용 갱지에 '비둘기'(비밀서신)를
작성해 한재동 교도관에게 전달했다. 한 교도관은 이 서신을 감옥 밖에 있는 해직
교도관 전병용씨에게 전했다. 이는 서울 양재동의 한 호텔에서 당시 수배 중이던
재야인사 김정남씨에게 전달됐다. 재야인사들의 비둘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해직되고
수배 중이었던 전씨는 구속됐다. 영화에서 전달자로 나오는 대학 신입생 '연희'나
전달 장소인 사찰과 교회는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등장시킨 인물과 장치다.
또 영화 속의 한병용 교도관은 실재 인물인 한재동ㆍ전병용 교도관을 합쳐 놓은 것이다.

 

그러나 수배 중인 김정남씨의 서신을 함세웅 신부에게
전한 용기 있는 여성은 실제로 존재했다. 김정남씨를 숨겨주고 있었던 고영구 변호사의
부인 황국자 여사였다. '요주의 인물'인 고 변호사 대신 황 여사와 딸 고은영씨가
나서서 구파발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함세웅 신부에게 김정남씨가 작성한
편지와 보고서를 전달한 것이다. 보고서는 성명서 초안이 됐고 함 신부는 5월 17일
주일 저녁 홍제동성당으로 김승훈(전국사제단 대표) 신부를 찾아가 다음날 미사에서
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부탁했다.

 

3120자 성명, 구원의 십자가를 짊어지다
 

1987년 5월 18일 명동성당에서 광주 민주항쟁 7주기와
박종철군 추모 미사가 거행됐다. 성당 마당까지 신자와 일반인이 가득했다. 강론에서
김 추기경은 "눈 감고 귀먹고 외면한 죄를 용서하십시오"라며 "사제로서 전 생애를
바쳐 이 시대 구원의 십자가를 짊어지자"고 말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 해야 할
일을 예고한 강론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전국사제단 대표 김승훈 신부는 11개 항,
3120글자로 이뤄진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제목이 낭독되자 성당이 출렁였다. 박종철군을 진짜 고문한 경찰관의 이름과 계급을
지목하고 "당국은 은폐·조작으로 국민을 속였다"며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이 성명으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적인 '그날'은 순식간에 앞당겨졌다.
 

"먼저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라"
 

1987년 6월 1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노태우씨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민정당 전당대회 날에 맞춘 집회였다. 전날 시위에 참가한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자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전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날 밤 경찰에 밀린 학생과 시민 수백 명이 명동성당으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15일 해산까지 5박 6일 110여 시간 동안 사태는 숨 가쁘게 전개됐다.
농성자를 전부 구속하겠다는 정권과 끝까지 저항하는 농성대, 그리고 이들을 보듬어
안으려는 교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계속됐다.
 

농성 사흘째인 6월 12일 밤 11시 30분, 김수환 추기경
집무실에 정권의 고위 당국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교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
추기경은 "학생들을 강제 연행하기 위해 오늘 밤 경찰력 투입을 결정했다는 통보를
하러 오신 거지요?"라고 되묻고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하는 말을 결정권자에게
전해주십시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밤샘 기도하고 있는 신부들을 만나고 그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을 겁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결국, 정권은 연행 구속을 포기했다.

 

6월 15일 오후 학생들은 농성을 풀고 명동성당을 떠났다.
평화적인 해결이었다. 그러나 6월 항쟁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부산, 광주, 대구,
서울 등 6월 항쟁의 중심은 전국을 순회했다.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약속하는
6ㆍ29선언을 이끌어냈다.


 

'민주화의 성지'에 하느님의 부르심은 계속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이 흘렀다. 당시 명동성당은
촛불이 모인 오늘의 광화문이었다. 광화문 촛불집회는 6월 항쟁의 연장선에 있다.
1987년 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장으로 농성을 이끌었던 기춘씨는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낳았고 그 산물인 1987년 헌법에 따라 촛불집회가 대통령 탄핵까지 나아갔다.
꼭 그만큼 발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전 가톨릭평화신문 편집국장은 "'진실'
하나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움직인 것은
하느님의 오묘한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 명동성당과 한국
천주교회는 외쳐도 들어주지 않고 쫓기고 쫓기다 갈 곳 없는 약자에게 마지막 입(口)이었고
안식처였다. 사람들은 명동성당을 '민주화의 성지 또는 심장'이라고 부른다. 30년
동안 민주화는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과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은 계속되고 있다.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8.01.1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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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5-27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오늘의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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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마리나(M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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