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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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19) 읽고, 생각하고, 쓰게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③

영상매체가 전하는 성의 환상… 현실 직시 성교육으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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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는 게임’, ‘임신은 콘돔으로 막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상매체와 피임 교육에 대항해 책과 종이, 연필을 활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진실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는 교육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래픽=문채현



성교육은 가치관의 싸움

소비사회의 성적 가치관은 ‘섹스=게임’, ‘성관계는 자유롭게 해도 되고 콘돔·피임약으로 임신만 안 하면 됨’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침투력 강한 영상매체가 영화 드라마 가요 광고 등에 이야기 형태로 재미있게 녹여서 전달하기 때문에 대중의 무의식에 부지불식간에 스며든다. 영상매체의 시대에는 사랑과 성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책임의 가치를 학습시키기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이 시대 성교육은 ‘섹스=게임’과 ‘성=책임’이라는 대립된 가치관의 싸움이고, ‘게임’과 ‘피임’의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매체와 ‘책임’의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매체 사이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기에 교육자는 전장 한복판에서 진리를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책임이라는 성의 큰 그림을 청소년들에게 인식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읽고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해 가치관의 싸움을 도와주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음란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사랑과 책임의 성교육 편지 1」에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대학생 형들 누나들 사이에서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고 써 있다. 콘돔을 쓰고 피임약을 먹어도 피임 확률이 100가 아닌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피임만 믿고, 성관계를 쾌락의 수단으로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임신하면 아빠가 될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가고 여자만 홀로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여자는 낙태를 하거나 출산 후에 아기를 버리게 된다.

생명은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귀찮음의 대상이 되는 아기들이 불쌍하고, ‘나 몰라라’ 하는 미혼부가 밉고, 책임을 홀로 지는 미혼모의 상황이 딱하다. 결혼 후 임신을 하면, 남녀가 함께 책임을 지기 때문에 결혼 후 성관계는 자유인 것 같다. 외국에는 성관계에 대해 남녀 모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이 있는데, 한국에는 이 책임법이 없어서 낙태와 아이를 버리는 일이 많다. 한국도 하루빨리 이런 법을 만들어서 아이가 사랑받지 못하는 귀찮음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런 법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책임지기가 두려워서 성관계를 마구 하지 않을 것이고, 버려지는 아기도 줄어들 것이다.

나는 성관계를 쾌락의 도구로 여기지 않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결혼 후에 아내와 해야겠다. 또 만에 하나 결혼하기 전에 성관계를 하게 되면 꼭 책임을 지고, 미혼모 혼자 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당연히 성폭행 등의 범죄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성인이 되기 전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성관계를 해야겠다. 인생에서 ‘책임’은 어디서나 중요한 것 같다.”



중2 남학생의 글이다. 보건교사가 한 학기 동안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을 했고, 마지막 단계에서 책을 읽힌 결과다. 피임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선진국은 양육비 책임법이 사회적 성교육을 하면서 생명을 지키는데, 한국에는 그 법이 없다는 사실을 중2 남학생이 정확히 인식했고, 책임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피임교육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성과이며, 성교육이 식별력과 책임으로 옮겨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이 책을 읽어보니 여자들이 불쌍했다. 남자들이 하자 해놓고 책임을 지지 않으니 여자들만 너무 불쌍하다. 콘돔과 피임약 등을 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너무 해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일 되면 선물을 주고받고, 또 성관계를 한다는 게 나도 솔직히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충격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고정관념을 버렸다. 나는 책임을 질 수 있을 때만 성관계를 하고, 그 외에는 절대로 성관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요즘 연애하는 방식밖에 모르기 때문에 ‘더 공부를 하고 생각해보자’라는 마음도 먹게 되었다.

이 책은 여러 상황을 편지 형식으로 설명해줘서, ‘이런 때는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등을 생각하면서 읽어서 재미있었다. 나는 대중매체와 포르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힘을 뚫고 ‘야동청년이 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성관계 책임 서약서’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좋았고, 나도 아이를 낳을 때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엄청 잘 읽은 것 같다. 안 읽은 애들에게 추천하고, 성에 대해서 설명해 줘야겠다. 앞으로 성적인 고민이 생기면, 이 책을 생각할 것이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연애를 한다는 남자들과 요즘 문화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광고를 되도록 보지 않을 것이다. 본다면 따지면서 볼 것이다.”



중1 남학생이 쓴 글이다. ‘섹스=게임’이라는 왜곡된 가치가 자리잡기 전에 보건교사가 책임의 씨앗을 뿌려준 결과다. 이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교육자의 사명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이 보건교사를 통해서 가능한 이유는 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교사들에게 체계적인 연수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훈련된 교사는 보건실에 「사랑과 책임의 성교육 편지 1」을 30권가량 비치하여 수업에 활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토의와 토론을 유도하여, 영화 드라마 광고가 보여주는 성과 실제의 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뿐 아니라, 그 내용을 글로 정리하도록 이끌어준다. 완벽한 피임이 존재할 수 없고, 성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도 정확히 강조한다. 강의, 독서, 영상물의 비판적 분석, 토의 토론, 쓰기 등이 한 학기 동안 체계적으로 이뤄지기에 예방 효과까지 나타난다.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이 가장 풍성하게 열매 맺고 전국으로 확산되는 장소가 보건교사 직무 연수다. 현실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훈련받고, 사명감으로 교육에 임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어느 교육청이든 1회 특강을 하면, 교사들 사이에서 연수 요청 여론이 생기고 몇몇 교육청은 연수를 개설하기 때문에 전문가 양성이 진행된다. 7월과 12월이 되면, 한 학기 동안 수업으로 맺은 열매를 알리는 메시지가 전국에서 적지 않게 오고, 필자는 그것을 교사들과 공유한다. 양성, 교육, 정보교류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섹스=게임’, ‘임신은 콘돔으로 막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심어주는 영상매체와 피임 교육에 휩싸여 있던 청소년들이 책이라는 인쇄매체와 종이, 연필을 활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을 만나면서 진실에 눈을 뜨게 된다. 이것이 바로 21세기가 교육자에게 간절히 바라는 생명을 살리는 교육이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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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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