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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8. 작고 낮은 곳을 향하여 - 카리타스 실천 (상)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교회만의 사회복지’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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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12월 23일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 마천동 효경원교육복지센터를 방문, 소년 예수의집과 가난한 마음의 집 장애인, 효경원 가족 등 100여 명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지난해 2월 노숙자 출신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서울특별시립 평화로운집에서 야고보회 회원들이 장애인들이 주문한 간식거리를 사다가 나눠주는 모습.

▲ 2009년 7월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무의탁 노숙인 출신 여성들이 멋진 옷맵시를 뽐내고 있다.



카리타스(Caritas), 곧 사랑 실천은 교회가 교회다움을 드러내는 표지다. ‘곁가지’가 아니라 ‘본질’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통해 “교회는 성사와 말씀을 소홀히 할 수 없듯이, 사랑의 봉사(the service of charity)도 소홀히 할 수 없다”(22항)면서 하느님 말씀 선포와 성사 거행, 사랑의 섬김은 ‘교회의 삼중직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지난 30년간 한국 천주교회는 어떻게 사랑 실천의 길을 걸어왔는지, 또 하느님 자비 실천은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현황과 과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내다본다.



1988년 10월 23일. 서울 행당2동 빈민가 작은 주택에 공부방이 들어섰다. ‘희망의집 공부방’이었다.

젊은이들의 대안 공동체를 꿈꾸던 심상태(수원교구,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몬시뇰이 1984년 10월에 결성한 ‘희망의집 젊은이모임’을 모태로 한 공부방으로,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바쁜’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봤다. 김경림, 구은영, 홍현미라, 노인경씨 등이 주역이었다.

재개발사업으로 철거가 임박하면서 1992년 12월에는 ‘희망의집 놀이방’이 문을 열었다. 실무 책임자 이원미(데레사)씨가 개원 한 달 후에 선종하면서 공부방에 있던 장경혜씨가 놀이방으로 옮겨 활동에 전념했다.

초창기 희망의집 공부방 태동의 주역이던 희망의집 젊은이모임은 1992년 이후 열기가 줄며 활동이 중단됐지만, 희망의집 공부방은 ‘희망의집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사랑 그 온전한 실천」 사례집에서)

‘열정’과 ‘투신’. 초창기 가톨릭 사회복지활동은 두 단어로 요약된다.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에 따른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종래 교회 자선활동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응답이었다.

1968년 5월 29일로 돌아가면, 이 같은 요청은 더 명백해진다. 당시 김수환 대주교(훗날 추기경)는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하면서 “교회는 사회 속의 교회”라고 못 박고, 1976년 9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를 설립했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발전과 토착화를 모색하고 교구 공동체의 활성화, 사회복지 기능의 통합을 이루며 교회 내 복지자원을 동원,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발견하고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1988년 말 기준 한국 천주교회 교세통계에서, 당시 사회복지 실태를 일부나마 엿볼 수 있다. 당시 한국 교회는 노인ㆍ한센병환우ㆍ결핵환자ㆍ부랑인ㆍ장애인 등 5개 분야 사회복지 통계를 간략히 수록했다. 양로원 25곳, 나환자 정착마을 25곳, 결핵요양원 3곳, 부랑인(노숙인) 수용소 6곳, 장애인학교 9곳 등 68곳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미등록ㆍ비인가시설은 ‘통계’에 잡히지 않았기에 교회 사회복지활동이나 활력이 이것만이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 1984년 93곳이었던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시설은 2001년 사회복지시설 등록제를 도입한 직후 126곳으로 늘었고, 지금은 직영 62곳과 수탁 54곳, 등록 38곳을 합쳐 총 254곳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2017년 말 현재 한국 교회 사회사업 통계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지역복지를 시작으로 아동ㆍ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노숙인, 결핵환우, 한센병환우, 의료, 상담, 교정복지, 기타까지 12개 분야 사회복지를 망라한다. 시설은 지역복지시설 11곳을 비롯해 아동ㆍ청소년 335곳, 여성 72곳, 노인 284곳, 장애인 346곳, 노숙인 53곳, 결핵환우 2곳, 한센병환우 11곳, 의료복지 43곳, 상담 13곳, 교정복지 41곳, 기타 106 등 무려 1383곳에 이른다.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절정은 위기를 잉태했다. 2016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인ㆍ장애인 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침해와 회계 비리 문제가 드러나면서 대구대교구가 이듬해 5월 희망원 수탁업무를 종료한 것은 교회 사회복지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2016년 10월 성가정입양원을 통해 입양 절차를 밟던 중 양부의 학대로 숨진 은비(당시 4세)양 사건도 충격파가 컸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지난 5월 173차 임시 이사회를 통해 서울시립여성보호센터와 시립은평의마을ㆍ시립은혜로운집ㆍ시립평화로운집 등 4개 시설 수탁을 올해 말 종료키로 결정했다. 시설 운영을 맡은 수도회의 성소 감소와 수도자 고령화로 운영 역량이 사라져가고, 대형 노숙인 시설의 개선과 탈시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설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운영 역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게 수탁 의사를 철회한 이유였다.

가톨릭 사회복지는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사회서비스의 새로운 전달체계 정립과 공공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 5월에는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사회복지 서비스 공공화’는 대세가 됐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사회서비스지원단을 두고 광역자치단체별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 사회서비스의 자율성과 전문성,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톨릭 사회복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기반 인프라가 이제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까,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위ㆍ수탁시설 전체를 포기하고 직영ㆍ등록시설만 운영할지, 대규모 시설은 다 포기하고 소규모 시설만 할지, 아니면 사회서비스원으로 다 넘길지 고민이 무척 많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별로 만들어진 사회복지 핵심 거점 ‘지역 복지관’을 계속 교회가 수탁해야 할지, 교회가 꼭 해야 할 사회복지 분야는 무엇일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정성환 신부는 “가톨릭 사회복지 또한 노무나 회계, 법무 등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법인을 개혁하지 못하면 사회서비스원의 파트너로 남아 있을 수 없다”면서 “이제는 현장의 가톨릭 사회복지가 완전히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가든지, 아니면 정부가 손대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사회복지 분야를 맡든지 소명감을 갖고 선택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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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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