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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바오로딸수도회 수원 분원 ‘가톨릭 명작 읽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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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체제하에서 정권의 비인간적 행태를 고발하며 인권 운동에 온 삶을 내던졌던 메리놀외방전교회 故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읽고 주인공 치점 신부 모습에 감화돼 사제의 길을 택했다. 이처럼 한 권의 명작(名作)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교구에 ‘명작 읽기’ 분위기가 일고 있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수원 분원(분원장 강묘순 수녀)이 마련하고 있는 ‘가톨릭 명작 읽기’(이하 명작 읽기)가 그것이다. ‘꼭 다시 읽고 싶은’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프로그램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분당 바오로딸서원과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두 그룹으로 나눠 열리고 있다. 총 8회 과정으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각각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명작 읽기는 성바오로딸수도회에서 진행하는 ‘바오로딸 행복한 책 읽기’ 일환이다. 이는 수도회가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신앙 성장을 돕는 체계적인 영적 독서 프로그램’이다.

명작 읽기에서는 수도회가 2008년부터 기획한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가운데 도서를 선정해 함께 나누고 있다. 모임을 이끄는 이명옥 수녀는 “‘명작’을 지금 현재 시점에서 다시 읽고, 작품과 우리의 신앙생활을 관련지어 통찰하며 지혜를 새롭게 얻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천국의 열쇠」, 「묵주알」, 「칠층산」,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등 네 권이 선정됐다. 천국의 열쇠를 제외하고 모두 작가 자신의 경험이 기록된 책이다. 소설 형식이라 하더라도 천국의 열쇠는 의사이자 작가였던 저자 크로닌의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생각이 등장인물에 투영됐다. 작중 인물의 주관적 경험이면서도 작가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 면에서 정선된 책들은 ‘작가의 신앙을 맛볼 수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일주일에 한 번 여는 모임이기에 분량이 많은 책은 두 주에 걸쳐 읽고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밑줄 긋기’가 권장된다.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를 토대로 모임에 나와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다. 이때 책을 읽으며 특별했던 부분을 페이지를 밝히며 나누고, 혹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돌려 읽기’도 한다. 이 방법은 눈으로 하는 독서뿐만 아니라 귀로 듣는 ‘듣기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이 수녀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로 듣는 텍스트의 매력에 가끔은 깊게 감동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고 들려줬다.

명작 읽기 모임의 주안점은 참가자들이 ‘자신’ 안에서 작품 속 경험과 개인적 체험이 공유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말과 글로 표현하며 더 깊은 ‘자기 이해’와 ‘하느님 앎’, 또 ‘인간 이해’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량을 읽거나 완독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읽는 시간만이라도 내면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 살아온 시간 안에 남겨진 하느님 흔적을 깨닫는 독서가 강조된다. 자신에게 섬세하게 집중하며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경청하기 위해서다.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목요반에 참여 중인 손유미(율리안나·제1대리구 권선동본당)씨는 “함께 듣고 읽으며 성취감을 느끼는 자리이기도 하고, 듣는 독서와 말하는 독서로 서로의 체험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책 읽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작 읽기 모임이 지향하는 것은 참석자들의 신심 생활 중에 ‘영적 독서’가 자리 잡는 것이다. 이 수녀는 “단순히 신심 서적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 꾸준한 영적 독서를 통해 작품 속 저자의 경험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 지어보는 과정에서 신앙적 성숙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명작을 읽고 사색하고 이야기 나누고 깨달은 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선순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작 읽기 모임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주보와 수도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모임 안내가 공지될 예정이다.

※문의 010-2738-1999 이명옥 수녀


■ 성바오로딸수도회가 권하는 가톨릭 명작들

◆「천국의 열쇠」
(A. J. 크로닌 지음/이승우 옮김/652쪽)

성공을 추구하기보다 참다운 인간애와 종교에 대한 보편적 시각으로 섬김의 삶을 살아간 치점 신부를 그린 작품. 불우한 소년기를 보내고 사제의 길을 택하기까지의 과정과 중국 벽지의 선교사로 건너가 자신의 삶을 바치는 모습이 감동적이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월터 J.취제크 지음/최진영 옮김/652쪽)

예수회 소속 월터 J. 취제크 신부는 사제서품 후 러시아 선교를 위해 폴란드에 갔다가 위장 이주노동자로 러시아 잠입에 성공하나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이후 5년의 장기 취조를 받고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 23년 동안 혹독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고 러시아인들에게 신앙의 빛을 비추었던 취제크 신부의 이야기다.

◆「칠층산」
(토마스 머튼 지음/정진석 옮김/856쪽)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의 20세기판이라 일컬어진다. 인생에서 절대적 진리를 찾는 인간의 깊은 갈구와 그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잘 드러난다. 토마스 머튼 수사가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하고 분석한 자서전이다.

◆「영원한 것을」
(나가이 다카시 지음/이승우 옮김/ 328쪽)

2차 세계대전 때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아내를 잃은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폐허가 된 시대적 상황에서 좌절과 고통, 기쁨과 참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소설 형식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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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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