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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판 창간 5주년] 르포 - 빛과 소금을 다루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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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라고. 빛은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아 모든 사람을 비춰야하고, 소금은 제 짠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진다.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여정은 험난하다.

일상에서 빛을 다뤄온 이에게도 인생에는 빛과 어둠이 있었고, 20여 년 동안 소금을 다뤄온 이에게도 소금을 만드는 과정은 매순간 도전이었다. 땀 흘리며 맺은 빛과 소금은 밝고 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빛과 소금의 행실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한다.



◆ 빛 다루는 사람’ 문장곤씨

“가톨릭교회 공연의 질 향상시키고 싶어요”

□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창세 1,4)



 
▲ 문장곤씨는 무대일을 하면서 생활성가그룹 원밴드 활동도 겸하고 있다.
 
빛과 음표를 만지는 사람이 있다. 무대 조명과 음향을 다루고, 공연의 전체 관리 역할을 맡는 문장곤(토마스아퀴나스·55)씨.

오른쪽 귀에 귀걸이를 한 채 나타난 그의 모습은 지천명을 넘겼음에도 젊고 자유로웠다. 무대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그는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음악인이다. 70년대 해변가요제로 등장해 인기몰이를 했던 그룹 휘버스의 단원이었고, 99년부터 안산지역 생활성가그룹 원(One)밴드를 만나 수원교구의 행사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그가 평생을 무대와 함께 보내게 된 까닭이 궁금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 돈암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어요. 그때 외방선교회 외국인 신부님이 주임이셨는데, 밴드를 만들어 악기를 다루게 해주셨어요. 그게 음악과의 첫 만남이에요.”

돈암동성당 레지오 소속 밴드라는 이름으로 군부대 등에서 선교하며 그는 음악과 무대가 갖는 힘을 깨달았다. 대학을 거쳐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공연을 시작했다. 밴드활동을 하며 성당과는 멀어졌지만 음악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하지만 팀이 해체되며 어려움이 닥쳐왔다.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청소를 하며 야마하음악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힘든 시절이었다. 다행히 일본인 친구와 현지 선생님의 도움으로 소니 인터내셔널에서 프로듀서 일을 배웠다.

“1990년 귀국해서 인천 주안5동성당을 다녔는데, 성당을 다시 찾아서 그런지 일이 잘 풀렸어요. 바쁜 시간을 쪼개 주일학교 교사로 일했는데, 돈 버는 대로 아이들에게 악기도 사주고 그랬지요. 좋은 시절이었어요.”

□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5)

빛은 계속되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그가 쓰러졌다. 무대를 사랑하던 그는 2년 동안 집에서 쉬어야만 했다. 급성 백혈병이었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처음에는 원밴드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걱정을 끼치고 약해보이기 싫었습니다. 조금만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음악봉사를 했어요. 지금은 거의 호전됐어요. 생각해보면, 생활성가를 함께 부르며 순수함을 가르쳐준 원밴드가 제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어농성지 전담 이건복 신부(현 교구 청소년국장)와 미사를 봉헌했던 것도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는 ‘수원지역 행사는 거의 다 가보았을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교회 공연의 기준을 만들고 질도 높여보고 싶어요. 사실 교회 공연이 더 힘들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합니다. 정직하게 속이지 말고 살자, 그게 제 신앙이에요.”

□ 하느님은 빛이시다(1요한 1,5)

그에게는 꿈이 있다. 상업화된 무대가 아닌 순수하고 담백한 예술 공연이 이뤄지는 무대다. 그는 밤새 연필을 들어 공책에 무대를 그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홍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단편영화 ‘기타리스트’ 제작도 시작했고, 2010년과 올해 교구 청소년축제 공연을 맡기도 했다.

“순수한 공연에는 상업적으로 보일까봐 LED조명도 쓰지 않고, 컬러필터도 세세하게 신경 씁니다. 소박한 빛이지요. 무대마다 쓰는 빛이 차이가 많이 나요.”

그는 매주 화요일 밤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선부동성당 옆 지하연습실을 찾는다. 원밴드와 생활성가 연주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밴드의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순수할 수 없어요. 저는 예전에 날카롭고 화도 잘 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들 만나고 성가 부르면서 사람이 변했대요. 앞으로 교회 내 청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노래도 많이 만들고 싶어요.”

빛이 다시 그를 찾았다. 하느님을 꼭 닮은 찬란한 빛이다.



◆ ‘소금 다루는 사람’ 정광유씨

하늘·사람 힘 모아 만들어지는 결정체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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