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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수도원, 세상을 향해 문을 열다 - 대구 공평동 카페 ‘베네인’

향긋한 영성, 지친 젊은이를 감싸다
공평동 분원 새로 지으면서 젊은이 위한 문화 공간 마련
기도와 영성 함께 나누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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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말 문을 연 카페 ‘베네인’에서 허 마리 요한 분원장 수녀가 직접 내린 커피를 청년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영성을 나누기 위해 수도자들이 수도원 문을 열었다. 수도자들이 기꺼이 내어준 수도원 공간은 신자는 물론이고 비신자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영성공간이었다. ‘봉헌생활의 해’를 지내며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공평동 분원에서 운영하는 카페 ‘베네인’과 서울 마리아의딸수도회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을 찾아갔다.



지난 여름, 대구 동성로 카페 골목에 낯선 건물이 들어섰다. 번화가 한 가운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화단, 창문마다 꽃들이 놓인 붉은 벽돌의 유럽식 건물은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뭘까?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거나 카페인가 싶어 벨을 누르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이곳은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의 분원, 공평동 수녀원이다. 삼덕 젊은이본당 가까이에 위치한 수녀원은 청년사목의 새로운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년 렉시오디비나, 교구 젊은이 기도회, 청년 그레고리오 성가대, 일반 신자들의 독서모임 등 다양한 문화 영성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향긋한 영성을 더했다. 12월 말 카페를 연 것. 막 볶아낸 원두처럼, 따끈따끈한 카페 ‘베네인’을 찾았다. 10여 개의 테이블, 곳곳에 예쁜 소품들. 하나하나 눈길을 끈다.

카페 사장님(?) 허 마리 요한 분원장 수녀는 직접 커피를 내리고, 기도 모임 차 들른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수녀원 카페라 경건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은 사라진다. 따뜻하고, 아늑하다. 무엇보다 커피 맛이 일품이다. 햇살 쏟아지는 너른 창가,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마시니 싸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일상의 피로가 눈 녹듯 풀린다.

카페 한 쪽에 꾸민 작은 성물방에서는 수도자들이 기도하며 만든 묵주팔찌, 성모상, 퀼트 소품과 같은 작품들을 판매한다.

10월 중순부터 매주 수녀원에서 기도 모임을 갖고 있는 조재영(세례자 요한)씨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모여 기도하고, 찬미하는 모습을 창밖에서 보기도 하는데, 자연스러운 선교가 되는 것 같다. 또 모임을 마치고 커피 한잔 나눌 수 있어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카페를 찾은 김해림(미카엘라)양은 “분위기가 참 좋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수녀님께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니깐 신기하다”면서 웃었다.

카페 ‘베네인’은 신자들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2층 경당에서 성체조배도 하고, 수녀원 기도 시간에 맞춰 함께 기도할 수도 있다. ‘베네인’이란 뜻처럼 베네딕도 영성 안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공평동 분원이 이 같은 젊은이들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이유는 뭘까.

허 마리 요한 수녀는 “오래되고 낡은 수녀원을 다시 지으면서 이 시대에 맞는 사목에 도움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면서 “정신적으로 가난하고 지친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고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집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힐링을 주기 위해 수도원의 문을 기꺼이 열었다. 이 문이 열리기까지 열정을 쏟은 카페지기 허 마리 요한 수녀에게 바람을 물었다.

“도심에 있는 이 카페가 광야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함께 기도하고 고요한 체험을 나누면서 인스턴트로 물든 삶에 생태적 영성을 더하고 싶어요.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바람과 우리의 기도 지향이 조화를 이뤄나갔으면 합니다. 카페 문은 늘 열려 있으니깐 지치고 힘들 땐 잠시 쉬었다 가세요.” <박경희 기자>

 
 

▲ 공평동 수녀원 분원 전경.

▲ 커피를 내리고 있는 수도자.

가톨릭신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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