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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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22) 제5화 한국 교회건축의 반성과 대안-교회건축 보존

보존의 핵심 원칙인 ''원형 유지, 훼손방지'' 안에서 활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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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구 언양성당 구 사제관.
건축 당시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내부는 유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존이란 무엇일까? 건축에서 말하는 의미로서 보존(conservation, 保存)은 건조물을 이해하고 그 역사와 중요성을 알고, 물리적 보호 필요시 복원이나 가치 고양책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서양의 건축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을 말할 때 보존의 영역은 역사적 건물과 문화적 경관까지 포함하는 넓은 차원이다. 단순히 물질적 건물에만 국한하지 않고 문화적 장소의 의미를 가진 채 이어온 인간적 영위와 문화적 전통, 무형의 차원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보존은 철학적 사고에 근거를 두고 문화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을 때 가치가 있다. 즉, 보존에 진정성(眞正性)이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생명이 계속되는 동안 교회건축물의 가치는 재생을 거듭한다고 말할 수 있다.

 보존에 관한 관리규정이나 지침은 일반적으로 문화유산에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교회문화유산에 있어서는 `이탈리아 교회문화재 지침`(1992), `필리핀 교회문화유산 보존에 관한 안내서`(1998), `영국 성공회 교회 관리 매뉴얼`(2005)이 있다. 한국교회는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2009)을 발표했는데, 이 지침에 따르면 보존 대상은 교회건축, 교회미술, 교회유물, 교회박물관을 포함하고 있다.

 교회건축 보존은 단순히 건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만이 아니다. 보존의 핵심적 원칙인 `원형유지와 훼손방지` 안에서 활용되고 유지돼야 한다. 교회건축은 그 고유 목적대로 지속성을 갖고 활용될 때 가치가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리에 있어서도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보존해야 한다. 역사적 건물은 이러한 과업이 반복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있는 건물을 잘 활용하고 수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보존은 이어받은 유산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현 시점에서 재생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보존 역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 소극적 혹은 적극적 의미의 보존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소극적 보존은 건물이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보존대상이 되게 하거나 건물에 인위적 첨삭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적극적 보존이라고 해서 건물에 대해 적극적 첨삭을 가하는 방법이 최선일 수는 없다. 나름대로 교회건축 보존 행위에 반영돼야 할 사항들을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 기능의 유지와 전환, 성능의 향상ㆍ환경 배려, 의장요소의 존중과 가치창조, 건물 총체의 유지, 보존과 진정성, 시설의 신축과 증축, 미와 기능 등이다.

 `기능의 유지와 전환`에서 건물의 형태와 외관만을 유지하는 것으로 역사적 건물의 가치를 계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기능을 지속할 수 없을 경우 기능을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면서 건물의 잠재적 생명력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감곡성당 및 언양성당 사제관은 현재 역사유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성능의 향상ㆍ환경 배려`는 건물의 지속적 사용을 위해 내진ㆍ내화ㆍ구조안전ㆍ방재ㆍ기계설비 등에서 일정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단열이나 장애인을 위한 설비(barrier free) 등으로, 사용자 상황에 따른 환경배려 및 성능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냉ㆍ난방 설비, 경사로 혹은 난간설치 등도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 된다. 특히 설비의 신설 및 수리 중 기존 건물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편리함을 위해 성당 마루를 시멘트로 교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청소 관리와 신을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통문화 파괴와 더불어 건축적 변형을 가져왔다. 외벽에 영향을 줬고, 바닥 습기 방출이 차단돼 결로현상이 발생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의장요소의 존중과 가치창조` 측면에서는 그 건물의 특성을 드러내는 의장적 특징과 장식적 요소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합당하고 적합하게 설치된 성미술품은 임의로 이동하거나 수리 및 훼손이 발생돼서는 안 된다.

 `건물 총체의 유지`는 건물을 포함하는 부지 형태와 환경 변경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하며, 건물 내 기자재 및 설비물품까지 보존 대상이 된다. `보존과 진정성`은 보존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그 범위와 요소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시설의 신축과 증축`에서는 기존 건물과 구별되면서 조화가 있어야 하며, 배치ㆍ용적ㆍ규모ㆍ의장적 측면에서 신ㆍ구 건축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조되도록 중점을 둬야 한다.

 `미와 기능` 측면에서는 건물의 원래 모습에 부합되도록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대 사람들의 감각으로 변경을 가할수록 원래 요소들은 조화와 균형감각을 잃게 된다. 건물에 새로운 구조ㆍ장식ㆍ채색ㆍ조경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전례를 위해 혹은 현대적 설비의 기능을 위해 무단변경으로, 보존을 넘어선 적극적 보수로 건물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과거 적벽돌 건물 위에 적갈색 유성페인트를 칠하던 관행은 외벽 벽돌의 풍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와 건물의 구조적 문제에 이르고 있다. 내부 목부재에 대한 무분별한 채색의 경우도 목부재의 온화함과 아름다운 질감이 감춰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음으로 건축물 보존을 위해서 필요한 사항은 정기적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이다. 먼저 건축물에 대한 기록화된 정보가 잘 정리ㆍ보관돼 있어야 한다. 기록 내용은 건물을 소개할 수 있는 일반적 정보와 수리 이력에 따른 내용을 표현하는 도면이나 사진이다. 정기적 건물조사는 보존ㆍ수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건물조사는 건물 관리책임자인 본당신부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특별조사는 특별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구건축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또 건축물 조사항목과 그에 따른 조사양식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사실 위의 방법대로 시행하는 본당과 교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참고로 영국 성공회에서는 5년마다 조사보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잉글리쉬 헤리타지`에서는 전문가에 의한 4년 주기 조사보고 외에 관리자(4년)와 정부(2년)의 조사보고를 규정하고 있다.

 교회건축 보존 및 수리를 위해서는 토착화 연구와 더불어 건축물 관리를 위한 건축위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토착화는 건물을 통해 체험된 삶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깊은 성찰과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의 역사적 건물 그리고 현재의 건물이 역사적 건물이 되기 위해서는 보존과 활용의 주요한 행위가 교구건축위원회와 내ㆍ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숙고되고 결정돼야 한다. 그리고 건물을 관리하는 책임자와 소속 신자들 또한 건물 보존ㆍ활용에 관해 숙고된 협력이 필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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