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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26·끝> 제5화 한국 교회건축의 반성과 대안- 한국 교회건축 재고

''하느님의 집''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인식과 안목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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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시장성당 내부.
 
 
  건축 역사를 보면 교회건축은 건축가가 짓는 몇 안되는 중요한 건물유형의 하나였다. 건축사 책에 그토록 교회건축이 많은 이유는 교회건축이 늘 건축 전체를 대표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근대에 들어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건물유형이 크게 늘어났고, 교회건축은 이 수많은 건물유형 중 한 가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탓에 오늘날에는 저명한 건축가의 대표작으로 교회건축이 꼽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지금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교회건축이 건축문화 전체를 대표하는 건물유형이어야 한다는 깊은 인식 위에서 지어져 왔는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느님의 집`이며 `하느님 백성의 집`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이런 표현에 진정 어울리는 교회건축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물론 진정 어울리는 교회건축이란 반드시 크고 웅장한 성당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음을 넘어 소박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성당을 짓겠다는 높은 `인식`과 `안목`이 정말 우리에게 있는가 하는 뜻이다.



 
▲ 독일 베젠바흐 성베드로성당 내부.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성당이 지어져 있다. 여기에 매년 50개 정도의 성당이 신축되거나 증개축되고 있다 하니,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당신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는 참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성당이 그 지역의 중심적 건축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문 편이다. 또한 전례와 하나가 된 공간, 깊은 영성을 드러내는 공간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예도 허다하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회건축 이전에, 건축에 대한 깊은 배려와 관심, 그리고 `안목`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교회건축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건축을 대하는 일반적 관념이 낮은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하느님께 지어 바치는 교회건축은 일반적 건축보다도 수준이 아주 낮다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부실 건물이 교회건축에 은근히 많다. 이것은 건축주인 사제와 사용자인 신자들의 건축에 대한 `안목`이 낮아서다. 안목이 낮으니, 설계와 시공을 잘하는 사람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건축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교회건축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성당은 주님 말씀을 듣고 주님 식탁에 둘러앉아 주님의 몸을 영하는 거룩한 곳이며, 주님을 따르는 형제자매가 친교하고 하느님 앞에 나와 조용히 기도하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 곳이다. 그렇기에 성당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와 신자석의 관계다.

 성당의 중심은 제대다. 이때 제대를 향한 모습과 제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따로 나타내지 않고 하나로 통합해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 성당건축은 제대의 공간적 깊이를 충분히 주지 않고, 신자석에서 제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만 지어지고 있다. 그런 탓에 신자들이 마치 극장처럼 제대를 바라보는 쪽을 우선해 설계된 성당이 제법 많다. 2층 발코니에 신자석을 많이 둔 성당에서는 강당이나 문화공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제대를 바라보는 쪽과 제대에서 바라보는 쪽의 재료와 형태를 제각기 달리 한 탓이다. 그 결과 주님 앞에 나와 찬미하는 백성이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공간이라는 공동체의 건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성당건축이 빛으로 공간을 조형해 건축의 영성을 표현하는 데 많이 부족하다고 자인해야 한다. 성당에서 빛이란 그저 밝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하는데도, 전국의 성당을 다녀 보면 의외로 창을 여기저기 내어 내부가 산만한 성당을 참 많이 본다. 벽과 지붕과 천장이 이루는 3차원의 구조가 변화하는 빛의 영성을 위해 깊이 있게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성당건축에서는 내부 공간 전체가 천장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성당에서는 천장이 벽체와 하나로 통합돼 있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무미건조하게 그냥 공간을 덮고 있다. 목조구조인 듯이 무늬목을 바른 가짜 구조재를 천장에 붙인 것이 참 많다. 이것은 건축 부재(部材)로 공간을 속이는 것이며, 진실해야 할 성당의 내부공간에 깊이가 없는 얇은 재료로 위장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 독일 베젠바흐 성베드로성당 외부.
 
 
 
 성당건축의 외관은 건축의 바깥 모양만이 아니다. 그것은 주님의 나라와 그분의 현존을 지역의 어떤



가톨릭평화신문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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