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김수환 추기경 선종 4주기 특집] “김수환 추기경, 어디에서 그를 만나는가”

전문·체계적 연구로 물려받은 신앙 유산 이어가야/ 연구 심화시켜 일회성 행사 대신 실천 활동 이끌어야/ 범교회적 인프라 갖추고 교구·본당 적극 연대 필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릴 때, 누구나 그를 ‘사랑의 영성’을 실현한 이 시대의 대표적 인물로 꼽는다. 이러한 의식을 증명하듯, 2009년 선종 직후 교회 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는 그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업적과 영성을 심화하고 보편적으로 소개해 삶 안에서 실천하도록 이끄는 노력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인물의 영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축적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그 영성이 교회 안팎에서 널리 실현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실천 덕목 등을 구체화해 알리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의 삶이 가지는 의미와 영성을 우리 삶 안에서 어떻게 열매 맺도록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보다 다양한 시각을 더하는 작업은 한 개인을 우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이어받은 신앙의 유산을 공유하는 노력이다.

교회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고 그 모범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자신의 삶을 통해 다양한 영성을 보편화한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또한 김 추기경이 인간존중과 사랑실천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한 인물이라는 점에 공감해 그를 따르려고 한다.

김 추기경은 단순히 가톨릭교회를 대변하는 종교지도자에 머물지 않고 현대 시민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각 개인의 양심을 일깨워주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대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그의 사상과 영성은 교회의 벽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감을 표상하는 데에 적합한 하나의 모델이 된다.

■ 단발성 행사만 우후죽순

지난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그의 삶과 신앙을 재조명하고 뜻을 확산하고자 마련된 추모행사들이 잇달았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들은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머물렀다. 해마다 김 추기경의 기일이 다가오면 쏟아져 나오는 책도 화보집이나 시집 외에는 그가 생전에 남긴 말과 역사적 사실 등을 엮어낸 일차적 수준의 자료가 대부분이다.

아시아교회에 퍼진 김 추기경의 보편적 인지도에 비해, 그의 삶이 구체적으로 아시아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연구도 걸음마 수준이다. 그의 영성은 한국교회를 넘어서 아시아교회의 신학적 소재로도 충분히 다뤄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삶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자료와 책, 강연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실태에 관해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과 신앙은 한국교회가 물려받은 소중한 교회 유산”이라며 “하지만 그 모범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생활에서 실천하도록 이끄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고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 신부는 또한 “김 추기경의 영성을 정리하고 모범을 제시하는 일은 한 개인을 우상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를 통해 보여진 신앙의 모범을 현대 사회에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작업은 한 교구만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특히 어느 시기에만 하는 사업이 아니라 꾸준히 생활에 파고드는 실천 활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성 연구 인프라 구축해야

김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공식적인 사업은 현재 서울대교구 ‘옹기장학회’와 ‘바보의 나눔 재단’,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를 통해 대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추기경의 생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옹기장학회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인재 양성을, 바보의 나눔 재단은 김 추기경의 유지에 부합하는 모금과 배분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현재 김 추기경의 업적과 사상을 신학적으로 정리하고 연구를 심화해, 보편적인 실천덕목으로 제시하는 노력은 김수환추기경연구소의 어깨에 대부분 지워져 있다.

그러나 현재 일궈진 연구소 역량만으로 김 추기경의 영성을 심화하고 교회 안팎에 확산하기엔 역부족이다.

기본적으로 연구소가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정부 재원이 끊어질 경우 활동 자체가 현격히 축소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전문 인력도 상근 연구원이 아닌 연구 프로젝트에 따라 임시로 위촉하는 형태이며, 별도 연구 공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김 추기경의 영성을 어떠한 시각과 방향에서, 어떠한 방법론을 적용해 연구하고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뚜렷이 세우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연구소의 활동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범교회적인 독립 연구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각 교구 및 기관단체 등과도 적극 연대, 연구소 교육사업 등이 교회 안에서도 폭넓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 현대인 눈높이에 맞는 교육현장과 문화콘텐츠 다양화

김 추기경의 영성을 일상생활 안에서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그의 삶과 신앙을 구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교육의 장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연령과 대상 등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돼야 한다. 현재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진행 중인 ‘김수환 추기경 시민아카데미’와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일반 성인들과 청소년들에게 김 추기경의 사상과 영성을 알리는 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이 프로그램들은 ‘찾아가는 교육’의 한 형태로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교회 안에서는 학술적인 발표의 장을 제외하면 김 추기경의 영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의 활동이 각 교구 사목국과 청소년국을 비롯해 각 본당 등과도 적극 연계돼, 신자들의 일상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노력도 더해져야 할 때다.

아울러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채로운 문화콘텐츠에 김 추기경의 영성을 실어 간접적으로 나누는 노력도 시급하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박일영 소장은 “김 추기경의 모범이 국민들의 삶 전반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 사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바보의 나눔 재단’ 사무국장 이동원 신부도 “범국민적인 의식 향상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활동이 큰 의미를 지닌다”며 “현재 재단은 사회복지 차원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매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금과 배분 영역이 더욱 확대되는 대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문화를 발굴, 양성하는 데에도 힘을 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2-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1코린 13장 7절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