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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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온 편지」에 띄우는 답장 <2>

하늘 나라 바보천사로 계실 추기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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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스승님께
 
 새해 들어 두 번째 토요일 산행(山行)에서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벗은 나무들이 앙상하게 서 있고 텅 빈 벌판은 을씨년스럽기만 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혈기왕성한 젊은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순간 몰골은 퇴색되어 황혼의 언덕에 서게 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허락받은 생명이 길어야 80~90년에 불과한 소중한 인생을 가치 있게 살지 못하고 이렇게 허송세월로 끝내고 마는 것인가, 칠순(七旬)을 목전에 두니 엄습해오는 자괴감에 밤잠을 설친 적도 잦았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제가 김 추기경님을 `마음의 스승`으로 모신 것이 사십 대 후반쯤 되니 어언 20년이 됩니다. 그 무렵 저는 신앙생활을 한다는 게 왠지 위선적으로 느껴져 몹시 방황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김 추기경님이 쓰신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읽게 됐습니다.
 첫 장에 `나는 죄인 중의 죄인입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단숨에 299쪽을 다 읽고 받은 감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마지막 피정 동안 일기체로 적은 추기경님 육필 신앙고백은 잠자는 제 영혼을 깨우는 죽비소리와 같았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죄인이시라면 저같은 무지렁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살아야 죄에서 벗어나 주님 곁에 갈 수 있겠습니까.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 나라의 시민권자가 된 지가 반세기가 훌쩍 지났어도 제 신앙생활 성적표는 포도(鋪道) 위에 뒹구는 나뭇잎처럼 초라하기만 합니다. 당연히 그 원인과 답은 제 안에서 찾아야 하건만, 추기경님께 묻고 당신의 발치에서 밤이 새도록 울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이 세상에선 고단하셨지만 하느님 나라에선 분명 그 상급을 받고 계시리라 저희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믿고 저희도 추기경님 뒤를 따라 연옥을 거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김 추기경님! 주님과 나누셨던 얘기들을 꿈길에서라도 들려주소서.
 정원회(베드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참된 길 가도록 지켜주소서!

 
배달된 평화신문에서 `김수환 추기경님 편지에 답장 띄우세요`라는 글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추기경님이 무척 보고싶어졌습니다. 매일매일 (사진으로나마) 당신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상기시켜주시는 행복한 삶의 비결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이곳 버지니아에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가 TV에 방송되면서부터 시작된 가톨릭 방송! 그리고 본당 25주년 기념행사인 연극 `바보 추기경`을 잘 준비하기 위해 당신 서적들을 읽으며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그 사랑. 추기경님 추모 사진전을 위해 당신 생전 모습 한장 한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 당신께서 쏟아주시는 그 많은 사랑에 취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신께서 연극 `바보 추기경`을 통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는 게 참 행복의 길임을 일깨워주시는 순간 마치 저의 심장이 멈추는 듯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진귀한 메시지가 뇌리에 맴돌고 있지만, 제 마음을 아직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삶의 목표가 서서히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진귀한 진리를 일깨워 주신 이 기회가 저에게는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또 다른 삶의 도전이 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김 추기경님, 당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신 메시지를 마음 깊이 새기며 저도 그 메시지에 맞갖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가 참된 길로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세요.
김정자(테레사, 미국 버지니아)

 
당신의 눈으로 세상 보도록

 
당신이 보내주신 편지 잘 읽었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거울`입니다. 물질과 욕정을 좇으며 어리석게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비춰줬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호루라기`입니다. 하늘과 땅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용히 일러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그런데 당신의 편지를 읽으면서 내내 한 가지 의심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성당에 다니면서도 하느님과 하늘에 대해 믿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주님의 기도 첫 구절부터 막힙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수없이 중얼거리지만 하늘이 있는지 하느님이 계신지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믿음도 은총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그런 은총 또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닌듯합니다. 바란다고 믿어지는 것도 아니고 주실 때가 돼야 주시는 것인가 봅니다. 너무 희미하고 느낄듯 말듯한 일이어서 하늘에서 보내신 당신 편지가 마음에 와 닿다가도 편지를 접으면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느냐는 듯 세상 속에 빠져버립니다.
 하늘나라에 재물을 많이 쌓으라고 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이 크다고 합니다. (…) 당신은 살아계신 동안, 제가 믿지 못해 하는 그것을 증거하느라 한평생을 바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의 편지에 우리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셨다는 당신의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김 추기경님, 하늘나라가 정말 성경에 나온 대로, 예수님 말씀하신 대로 인가요? 알려주세요.
변영희(루치아,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마음의 문을 열고

 
김 추기경님의 말씀은 언제나 낮고 조용했지만, 세상의 어느 소리보다 컸습니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곳이면 한걸음에 달려가셨고 추운 겨울날 꽁꽁 언 우리의 손을 잡아주셨죠.
 현대인들은 오늘도 치열한 경쟁 속에 타인을 `내 밥`으로 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 같아요.
 참사랑은 상대방의 기쁨은 물론 서러움, 번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하셨죠. (…)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어도 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갑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남도 나와 같이 이해와 동정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마음 안에 따뜻한 봄기운이 스며들고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올 거라 믿습니다.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김옥순(실비아, 충북 영동군 용산면)



가톨릭평화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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