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한달간 아강그리알에서 실습한 이승진(대건 안드레아) 신학생 글.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축일. 의료 봉사를 오신 형제님께서 상처 봉합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라임을 잘라서 직접 봉합해보는 것이었다. 의료용 실과 반원형의 바늘로 상처의 양 부분을 봉합하는 것이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위로 바늘을 잡고, 상처를 중심으로 적당한 위치에 바늘을 넣고 뺀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또 바늘을 빼고 실을 묶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우리이기에 실이 빠져나가고 엉성하게 묶이는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먼저 용희형이 봉합을 하고 내가 잡아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봉합하는 모습은 참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우리의 라임 봉합 수술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든 어른들도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의 불법의료 행태를 목격하고 있었다.

약 2시간여에 걸쳐 네 군데에 베인 상처가 난 라임의 봉합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우리는 결과물을 자랑스레 내밀었지만 아직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나보다. 형제님께서는 잘못된 부분과 노하우를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알려 주셨다. 배운 것들을 내일 다시 하기로 하고, 라임을 고이 간직해두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실전에 투입될 기회가 생겼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의사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사제관에서 키우는 개 죠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죠이는 이 동네 안에서도 꽤나 싸움을 잘한다고 한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녀원의 개와는 앙숙인데, 지난번에 그 개가 죠이한테 진 다음부터 담을 사이에 놓고 으르렁댈 뿐 덤비지 못한다고 한다.

어쨌든 죠이가 크게 다쳤다고 한다. 조금 심각했다. 뒷다리와 허리를 이어주는 근육이 있는 부분이 반 타원형으로 15센티 가량 찢어져 있었고, 그 안에 붉은 피부가 드러나고 가죽은 덜렁대고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우리에게 실습할 좋은 기회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먼저 부엌에서 스팸을 꺼내 그 안에 수면제와 약을 밀어 넣고 죠이에게 던져줬다. 잘 먹었다. 30분 뒤면 잠들 거라던 말씀과 달리 죠이는 계속해서 우리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국소 마취를 위해 형제님은 마취주사와 약, 실과 바늘, 도구들을 가져오셨고 우리는 죠이를 잡았다. 그런데 마취주사가 좀 아픈가? 그 부위에 주사 바늘이 들어가자 죠이는 몸부림을 쳤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마침내 마취를 할 수 있었다.

한 바늘, 한 바늘 배우고 연습한대로 봉합을 실습하며 내가 반, 용희형이 반 정도를 봉합하고 나니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나왔다. 수술 받느라 수고했다며 남은 스팸 통조림을 모두 던져주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죠이와 한참을 씨름하느라 지친 우리는 조금 쉬다가 점심을 먹었다.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어쨌든 상처 봉합을 무사히 마치고 고생한 죠이에게도 특식을 주어 기쁘다.

▲ 빤아킴 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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