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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52) 최초의 농구 골대

쉐벳 지역 아이들에게 농구를 알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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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필요한 물품을 교구에 신청하려고 목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있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농구 골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표 신부에게 농구 골대 관련 물품도 신청하자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표 신부 하는 말이 “우리 창고에 링 있어”라는 겁니다. “그래? 그럼 잘 됐다.” 그렇게 농구 골대를 만들 계획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오후 휴식을 취하다가 농구 골대 생각이 나서 인터넷으로 골대 규격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노트를 펼쳐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표 신부가 그것을 보더니 제게 “골대 만들고 싶어?”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만들고는 싶은데 자재도 많이 필요하고 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정말 만들고 싶어?”라고 다시 묻습니다. “만들면 좋지”라고 했더니, 다시 묻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만들고 싶어? 지금 당장?” 표 신부의 이 말에 뭔가 확신이 느껴져서 “만들고 싶어. 지금 당장!”했더니 바로 자재를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농구 골대 만들기는 표 신부의 지휘 아래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아강그리알에 남아 있던 굵은 파이프를 가져와 기둥을 대고, 마호가니 나무를 잘라 백보드를 만들었습니다. 철 자재들을 자르고 붙이고 용접하고, 백보드에 링을 달아 농구 골대가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그 다음, 미리 봐둔 공터에 골대를 설치할 자리를 정하고 굴삭기로 땅을 팠습니다. 건기여서 이미 땅은 단단하게 굳어있었습니다만 굴삭기로 조금씩 조금씩 파내려가 적당한 깊이로 파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불러서 만들어 놓은 농구 골대를 구덩이에 세우고 수직을 맞춘 다음 커다란 돌을 날라다가 구덩이를 메우고, 벽돌 만드는 직원들의 힘을 빌려 시멘트를 섞어 부은 다음 마무리를 했습니다. 드디어 농구 골대가 세워졌습니다.

농구 골대가 세워진 다음 날에는 나이로비에 부탁해둔 골대 그물이 휴가를 다녀오신 루시 수녀님 편에 도착했고, 백보드와 기둥을 페인트칠 한 다음 그물까지 설치 완료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은 저희가 작업하는 내내 큰 관심을 보였고 기뻐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농구 해봤니?” 몇몇 아이들은 농구공을 가지고 드리블 하며 놀아본 적은 있지만 골대에 슛을 해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룸벡이나 톤즈에서 학교를 다닌 소수의 아이들만 농구를 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쉐벳 지역에 농구 골대가 있니?”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그러면 쉐벳 지역에 농구 골대가 있었던 적은 있었니?” 역시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서울 면적의 네 배에 달하는 쉐벳 지역 안에 최초로 농구 골대가 세워진 것입니다. 이제 이 지역 아이들도 농구가 어떤 운동인지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차근차근 경기 방법도 알려주고 경기도 해봐야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이 아이들이 자신들의 큰 키를 이용해 덩크 슛만 하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아직 드리블, 패스도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농구 골대를 보존하기 위해 덩크 슛 금지령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쉐벳 지역 내 최초로 세워진 농구 골대에 학생들이 공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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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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