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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55) 쉐벳본당의 아침

아침을 깨우는 청년들 기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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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벳본당에는 매일 아침 일곱 시에 미사가 있습니다. 여섯 시 반쯤 성당 문을 열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 시원한 공기에 몸과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하늘에는 별이 가득합니다.

아직 어두컴컴한 시간, 제의실과 성당 문을 열어 놓으면 복사를 서는 청년들이 일찍 와서 미사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칩니다. “땡~땡~땡~땡~~~” 길게 이어지는 종소리를 듣고 신자들이 집을 나서는 가 봅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다섯 시 반에 종이 울릴 때도 있습니다. 시간을 잘못 알고 그런 것이겠죠. 중요한 건, 다섯 시 반에 종을 친 청년이 미사에 나오는 청년 중 가장 멀리 사는 청년이었다는 것입니다. 삼십 분 이상 걸어야 성당에 오는데, 그럼 얼마나 일찍 일어났다는 걸까요?

종을 치고 나면 복사들이 제의실에 들어와 미사 준비를 합니다. 달력을 보고 전례력에 따른 제대보를 제대에 씌웁니다. 그리고 제대십자가, 미사경본, 제대초, 주수병, 성작, 성합을 빠짐없이 제대 위에 옮겨 놓습니다. 또 다른 청년들은 독서를 읽을 준비를 하기도 하고, 미사 중에 부를 성가를 뽑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유일한 악기, 북을 연주할 청년은 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몇몇 청년들은 빗자루를 들고 제대 주변과 성당 입구를 청소합니다. 특히 제대 주변에는 밤새 박쥐들이 실례한 배설물이 꽤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미사를 시작하기 전 살짝 성당 안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진지하게 기도하고 있는 청년들을 보게 됩니다. 어떤 기도를 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가족 중에 아픈 이들을 위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의외로 말라리아와 같은 병으로 가족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주로 어린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종종 전해 듣습니다. 또 요즘은 내전 때문에 가족 중에 군인으로 떠나있는 형제의 부고를 듣기도 합니다.

미사에는 세 분의 수녀님과 열댓 명 정도의 청년들이 함께합니다. 세 분 수녀님이야 수도자로서 미사에 열심히 나오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청년들, 미사에 나오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나옵니다. 알람시계도 없고 성당 가라고 깨워주는 열심한 어머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나오는 것을 보면 기특하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 세수도 못하고 나온 청년들은 성당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고 손과 발까지 깨끗이 씻고 미사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모인 청년들과 미사를 봉헌합니다. “쿵땅 쿵따닥~” 북소리에 맞춰 성가를 부르며 입당을 하고 미사를 시작합니다. 미사 지향은 남수단의 평화입니다. 이 내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부족 간의 시기와 다툼이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지만 평화를 구하는 청년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랍니다. 아직 어둡고 조용한 새벽 쉐벳 마을에 청년들의 노랫소리와 기도가 성당의 불빛과 함께 은은히 퍼져 나갑니다.


 
▲ 쉐벳본당의 아침 풍경.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을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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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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