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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선물] (1) 소탈한 프란치스코 교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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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6일 방한 중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해 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짓고 있다. 교황은 신발을 벗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희망의 집 원칙에 따라 이날 신발을 벗고 희망의 집에 들어갔다. 제공=꽃동네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가 8월 14일부터 4박 5일간 교황의 방한 일정을 되돌아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기고 간 선물과 일정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이번 주부터 전한다.





“교황 방한은 간소하고 소박하게 진행합니다.”

지난 3월 10일, 역사적인 교황 한국방문 소식이 발표되고 한국 측 홍보와 전례 담당자들은 4월 7일에서 11일까지 로마로 건너갔다. 실무회의에서 당시 교황청이 강조한 원칙은 단순했다. “간소하고 소박하게.” 교황 방한 일정 전체의 방향과 주제가 정해진 셈이었다. 교황 방한 일정에 대한 공식 발표는 그로부터 약 두 달 후에 나왔다.



파파 모빌에 대한 관심

교황 방한 준비가 한창이던 6월 30일, 교황방한준비위원회(이하 방준위) 첫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교황 방한의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기자가 일찍부터 와서 장사진을 쳤다. 첫 브리핑인 만큼 그동안의 방준위 활동을 소개해야 했다. 나는 교황방문의 의미부터 차근차근 짚어갔다. 그리고 교황 초청 과정과 방문지 선정에 관한 정보 등에 대해 장황하게 이어갔다.

그러나 막상 기자들 질문이 계속된 부분은 따로 있었다. “교황께서 한국산 작은 자동차를 타길 원하셨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어떤 경로로 이 사실이 전달되었는지, 차종은 정해졌는지 등 구체적 질문도 나왔다. 실제로 그 다음날 교황방문에 관한 언론 기사 대부분이 “교황, 가장 작은 국산차를 타기를 원한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교황께서 한국에서 방탄차를 타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탄차를 타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교황님은 방탄차를 두고 “정어리가 빽빽하게 들어찬 통조림 캔 속”이라 비유하기도 하셨고, “사람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람들이 교황님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그분의 소탈함이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 관심을 반영하듯, 이른바 ‘파파 모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두 달 동안 이어졌다.

교황님의 소탈함이 극적으로 나타난 상황은 또 하나가 있었다. 방준위가 회의 논의를 이어갔던 내용 가운데 하나가 꽃동네 ‘희망의 집’에 들어갈 때 교황님께서 신발을 벗도록 안내하는 문제였다. 본래 ‘희망의 집’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고 출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마룻바닥에서 몸을 뒹굴며 생활하는 원생들의 위생과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방준위 일부에서는 교황님께서 신발을 벗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 과연 교황님께서 신발을 벗으시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주 세세한 부분도 의전에 있어서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논의는 신중하게 이뤄졌다. 교황청에 이에 관련한 문의를 넣고 기다리던 중, 방준위는 결국 교황님께서 신발을 벗지 않고 그 위에 덧신을 신으시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의자에 앉아 자신의 낡은 신발 다시 신어

그런데 그 사이 교황청의 교황 방한일정 담당자가 답변을 보내왔다. 그의 답변은 ‘신발을 벗는 경우와 덧신을 신는 경우,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실제 선택은 교황님께서 하신다는 내용도 덧붙여 있었다. 교황님의 몫이 된 선택지를 들고, 교황님께서는 장애인과 만남에서 어떻게 행동하실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렇게 궁금했던 날짜가 다가왔다. 8월 16일, 교황님은 희망의 집 입구에서 방한위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무렇지 않게, 아무 거리낌 없이 신발을 벗으셨다. 장애인과의 만남이 끝난 직후, 교황님께서 신발을 다시 신느라 의자에 앉아 자신의 낡은 구두를 한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모두가 사랑하는 교황님의 소탈한 모습 그대로, 교황님은 그렇게 기꺼이 작고 낮은 곳에 계셨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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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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