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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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선물] (2)교황님의 예정되지 않은 일정

예측 불허 행보에 잔잔한 감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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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7일 방한 중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의 세례식을 주례하고 있다. 15일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세례를 부탁받은 교황은 그 청을 바로 승낙했다. 【CNS】

교황님 방한 중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것은 무엇보다도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행사에서 교황님을 위해 준비한 의자를 마다하고 일부러 일반 의자에 앉으셔서 관계자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이런 교황님의 소탈함 덕분에(?) 때로는 준비된 동선을 벗어나거나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줘

사실 교황 방한준비위원회에서는 분 단위로 시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교황님께서 현장에 도착해 이동하는 시간, 스케줄 중간 쉬실 시간까지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한 교황께서는 8월 16일 오후 꽃동네를 방문하셔서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의 공연을 보시고는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주기 시작하셨다. 천천히, 매우 따뜻한 시간이 흘렀다. 다음 프로그램인 수도자들과의 만남은 이미 예정된 시각을 한참 지나 시작됐다. 차후 프로그램에 지장을 줄 것을 짐작한 교황께서는 민첩성(?)을 발휘하셔서 수도자들과 함께 봉헌하기로 한 저녁기도를 각자 바치기로 하고 생략하셨다.



세례 청하자 즉시 수락, 시간 내서 주례

8월 15일 저녁에 열린 마감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던 내용은 교황께서 세례를 주시기로 약속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내용이었다. 롬바르디 신부님은 이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실제로 이날 낮에 유가족 한 분이 교황님에게 세례를 달라고 청했다. 그분은 이미 2년 전부터 세례를 받으려고 준비를 하셨다고 했다. 불행히도 이분은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고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사고가 일어난 팽목항에서부터 대전까지 순례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수백 km에 달하는 도보순례를 했고 교황님을 만난 자리에서 세례를 해 달라고 간청한 것이다. 이런 청을 처음 들으셨기 때문에 교황님은 좀 놀라셨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교황님은 “할 수 있다. 해 주겠다”고 청을 수락하셨다.

처음에는 16일 아침에 세례를 주기로 했다고 브리핑을 마쳤다. 그런데 정작 어디서 언제 어떻게 세례식이 진행될지는 안갯속처럼 깜깜했다. 당일은 너무 시간이 늦어 다음 날 아침 일찍 교황청 대사관에 알아봤다. 그런데 세례식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 다음 날 아침에 한다는 답이 왔다. 17일 오전 7시 30분경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이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았다. 그는 교황명과 같은 ‘프란치스코’를 세례명으로 정했다. 이 자리에 자녀 1남 1녀가 참석했다.

미사 중 직접 이라크 위해 기도 바쳐

그리고 갑작스러운 교황님의 결정에 당황했던 일이 또 하나 있다. 18일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열리던 날이었다. 이날 오전 8시 반 브리핑을 마치고 미사에 늦지 않게 뛰어가 명동대성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교황님 일행이 성당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리고 명동성당 코스트홀 입구에서 타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고 계셨다. 무척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바티칸의 교황 해외방문 책임자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내게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오늘 미사 중에 신자들의 기도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고통 중에 있는 이라크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러느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성당에 들어가는 길에 미사 예절을 맡은 신부님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했다. 전례 담당 신부님께서는 바로 누가 기도를 하는지를 물었다. 나는 당연히 누군가가 정해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아까 그 책임자에게 다가가 질문했다. “그런데 누가 신자들의 기도를 하죠?” “교황께서 직접 하십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다시 질문했다.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야기를 전해주자 전례 담당 신부님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드디어 미사 중 신자들의 기도 시간, 교황께서는 다섯 번째로 직접 고통 중에 있는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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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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