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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선물] <3> 교황 방문지로 가장 마지막에 결정된 광화문 시복미사

순교의 가시밭길이 영광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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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8월 16일 교황이 시복미사를 집전, 124위 순교자의 시복을 선포했다. 광화문광장은 교회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여서 시복미사 장소로 선정됐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교황님께서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다음으로 이목이 집중된 것은 교황님께서 어디를 가시는지 여부였다. 한국 교회의 모든 교구 중에서 교황님이 오시기를 바라지 않은 교구가 어디 있겠는가? 4박 5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또한 교황님께서 모든 곳을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교황님께서 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각 교구가 신청한 교황 방문지 후보군을 주교회의에서 취합해 교황대사관 측과 협의했다. 물론 방문지의 최종 확정은 로마에서 교황청 실사단이 와서 결정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교황님 방문지를 한국 교회, 교황대사관, 교황청 실사단이 논의하고 최종안을 교황님께 보고해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교황님의 행사 일정이므로 교황님 의중이 반영된 교황청 의견이 중시되었으리라 추측한다. 협의 끝에 일정이 발표됐다.

방문지 중에서 가장 늦게 결정된 것은 시복미사 장소였다. 교황청 측에서 제시한 시복미사 장소의 조건은 대략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 나라의 수도일 것, 둘째는 그 나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복 미사 장소로 애초에 거론되었던 4~5곳을 뒤로하고 일찌감치 광화문이 가장 유력한 장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광화문과 함께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장소는 여의도 한강 둔치였다. 25년 전과 30년 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방한했을 때 대중 집회 장소는 여의도광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녹지공간으로 조성돼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기 어려웠다.



교황 경호 등 문제로 고심

마지막까지 문제가 된 것은 대중이 모이는 데 대한 안전과 교황님 경호였다. 특히 광화문 광장은 사방이 트여 있고 고층 빌딩이 많아 경호상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여의도에는 개인 소유 건물과 아파트가 많아 오히려 경호에 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광화문 근처는 각 빌딩 건물주나 기관 및 기업들에 협조를 받으면 경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는 의견이었다. 미국대사관은 일찌감치 건물 출입구 일시 폐쇄 등 경호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 밖에 정부 관계 기관들이 광화문 인근에 많아 경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것도 광화문을 시복미사 장소로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복미사 장소로 결정된 광화문 광장은 주변에 우리나라의 중요 문화재와 주요 기관들이 있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장소다. 조선왕조가 시작된 지 60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역사의 영광과 오욕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다.



순교의 피땀 어린 역사적 장소

그러나 광화문이 시복미사 장소로서 결정된 이유는 이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8월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가 복자로 선포된 후 염수정 추기경은 시복미사 인사말에서 “광화문은 순교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역사적 장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광화문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조선시대 광화문 일대에는 주요 관청들과 함께 형조, 포도청, 의금부, 전옥서 등 조선시대 죄인을 심문하고 수감했던 곳도 있었다. 신앙 선조들은 천주교인이라는 죄목으로 압송된 후 이 일대에서 고초를 겪다 순교하기도 했다. 형조는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앞, 우포도청은 동아일보 옛 사옥 터, 좌포도청은 종로 3가 단성사 자리, 의금부는 종각역 1번 출구 앞, 전옥서는 영풍문고 자리에 있었다.

광화문 광장 인근부터 한국의 대표적 성지인 ‘서소문 밖 네거리 처형장’에 이르는 길은 순교자들에게는 죽음의 길이자 부활의 길이었다. 순교자들은 고초를 받고 수감돼 있던 광화문 인근부터 포승줄에 묶인 채 두 발로, 혹은 수레에 실려 처형지인 서소문 밖으로 이동했다. 순교의 월계관을 받기까지 이들이 걸었던 길의 끝에서 마침내 교황은 직접 한국 교회 초기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포하게 됐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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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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