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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선물] (7) 교황님의 입, 롬바르디 신부

인품과 성실에서 나오는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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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가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홍보 담당자들은 큰 행사를 통해 어렵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우게 된다. 교회 홍보 책임자로 그동안 교회의 크고 작은 행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선종부터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ㆍ사임,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김수환 추기경 선종, 정진석ㆍ염수정 추기경 서임 등 생각만 해도 숨 막히는 기억들이 새롭다. 거기에 지난 8월 교황님 방문은 더 할 수 없는 교회 홍보의 정점을 찍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행사 홍보 책임을 맡았던 내게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님과 만남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현장을 연상케 하는 브리핑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님은 1942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1960년 예수회 입회, 1972년 사제품을 받고 이탈리아의 전통 있는 가톨릭 언론인 「시빌타 가톨리카」지에서 일했다. 1991~2006년 바티칸 라디오 편성국장을 역임한 바 있는 바티칸 최고의 홍보전문가다. 2013년에는 독일의 유명한 한 금융회사에서 선정한 ‘올해의 커뮤니케이터’로 선정되기도 한 신부님은 교황청 뜻을 매우 정교하고 풍성하게 이해하고 해석해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말이 사실임을 4박 5일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신부님의 브리핑은 교황의 일과를 자세히 설명한 후 이어서 질문을 받고 성실하게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보통 브리핑은 밤 9시가 지난 시간에 시작했다.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난 뒤라 피곤하실 텐데도 나지막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브리핑에 충실히 임하셨다. 브리핑이 끝나면 보통 11시가 넘는데, 늦은 시각에도 반드시 바티칸 라디오 부스를 찾아 생방송에 참석하시는 열성을 보이셨다.

며칠 동안 신부님을 잘 지켜본 결과 그는 엄청난 노력과 준비를 하시는 분이었다. 브리핑 전 30분 정도 미리 브리핑장에 도착해, 본인이 잘 모르는 사항이나 질문이 나올 법한 문제들을 꼼꼼히 확인하셨다. 그날의 유인물이나 쪽지 하나까지도 세밀하게 챙겼고, 준비한 서류에는 밑줄과 함께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교황님의 일거수일투족에 온전히 집중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브리핑을 들으면 마치 현장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자세하고 섬세했다.

교황님이 어디를 가시든 늘 함께 움직이는 롬바르디 대변인은 수시로 교황과 식사를 함께하며 현안에 대해 의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롬바르디 신부님의 브리핑은 매우 구체적이다. 8월 16일 밤 브리핑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이 드린 편지를 교황이 읽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오늘 일정이 워낙 바빠서 아직 읽지 못하신 것 같다”며 “그러나 교황님은 고통을 받은 분이 전달한 내용은 꼭 읽는다”고 전했다. 자신감 있게 답변과 배경을 설명하셨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선배 신부님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이를 믿고 일을 맡기는 데도 스스럼이 없으셨다. 브리핑을 위해 프레스센터로 가는 사이 롬바르디 신부님은 내게 “마티아, 질문받았을 때 내가 잘 모르거나 답하기 곤란한 것 있으면 마티아가 대답해” 하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시곤 하셨다. 실제로 브리핑 중 두세 번 “이건 마티아 신부가 더 잘 설명할 테니 넘길게요” 하시며 대답을 넘기신 적도 있었다.

교황 방한 마지막 날, 롬바르디 신부님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미소를 띤 채 아주 오랫동안 내 손을 잡아주셨다. 그분의 전문성에 감탄하기 이전에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선배 신부님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인품이 브리핑에서 고스란히 녹아나기에 모든 기자가 그분을 신뢰하고 경청하는 것이 아닐까.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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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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