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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33> 이경도·경언

독실한 신앙의 부모 밑에서 자라, 형에 이어 동생도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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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자 이경언

▲ 복자 이경도

이경도(가롤로, 1780∼1802)와 순이(루갈다, 1782∼1802), 경언(바오로, 1792∼1827) 3남매를 얘기하자면, 그의 부모를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부친 이윤하(마태오)는 유명한 실학자인 이익(1681∼1763)의 외손으로, 조선 교회 설립 직후인 1794년에 신앙을 받아들였고, 모친 안동 권씨는 조선 교회 설립 초기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누이로, 신앙에 열심이었다.

이처럼 신앙적 가정환경을 만든 부모 슬하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교리 실천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고, 3남 2녀 중 세 남매가 신앙적 용덕을 보이며 순교의 길을 걸었다. 이들 중 이순이 복녀는 이미 남편 유중철(요한, 1779∼1801) 복자와 함께 소개한 바 있기에 이번에는 이경도ㆍ경언 형제만 소개한다.

본래 성격이 온순하고 너그러웠던 이경도는 장성해서도 학문에 재능을 보여 교회 서적을 연구하는 데 힘썼다. 어릴 때 병을 앓아 척추 장애인이 됐지만, 신앙으로 신체적 결함을 보완했다. 1793년 혼인을 한 지 석 달 후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장남으로서 제사를 피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그는 모든 제사 참여에 거리를 두는 데 성공했다. ‘척추 장애’를 핑계로 제사에 참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며 아랫사람들에게 교리를 가르쳤다.

그는 동정 생활을 하고자 유중철과 혼인한 누이 이순이의 혼사 때 거센 폭풍과도 같은 반대를 감수해야 했다.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가문은 조선 사회에서 불문율처럼 내려오던 가통(家統)과 학통(學統), 대통(大統)이라는 3통, 곧 집안과 학문적 전수 계통, 왕통 계승 등 질서에서 보자면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양반도 다 같은 양반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경도는 모든 반대를 동요하지 않고 견뎌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최필공(토마스)이나 홍재영(프로타시오) 등과 함께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교리를 익혔다. 그랬기에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마자 체포돼 포도청과 형조에서 문초와 형벌을 받았으며, 1802년 1월 29일 동료들과 함께 서소문 밖으로 끌려나가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다.

이경언은 그의 형이 순교한 지 25년 뒤에 순교한다. 부친이 선종할 때 2살밖에 되지 않아 그는 부친의 가르침은 받지 못했지만 어머니와 형의 훈육 속에서 신앙 실천에 열심을 보였다. 신유박해 당시 형과 누나가 순교하면서 집안이 몹시 가난해졌지만, 그는 신앙으로 가난을 견디며 중인 집안의 딸과 혼인했다. 아내의 성품이 고약해 갖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범적 인내로 이를 극복했으며, 성경 봉독과 묵상에 빠지곤 했다. 그는 특히 냉담교우들에게 신앙을 권면하고 격려하며 미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도 열중했다. 또 자신보다 가난한 이들의 곤경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명도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교회서적을 필사하거나 상본을 모사해 교우들에게 나눠주는 한편 가난한 가운데서도 베이징을 왕래하는 정하상(바오로) 등 밀사들에게 필요한 경비를 대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에 늘 순교 원의를 품고 그리스도의 수난을 생각하며 자주 묵상을 했다.

1827년 정해박해가 일어난 뒤 자신이 나눠준 서적과 상본이 발각돼 전주 관아에 고발되면서 한양에 살고 있던 그는 포도청에 끌려갔다가 전주로 이송됐다. 그 뒤 여러 차례의 혹형에 자신의 마음을 채찍질하며 순교를 위해 노력하던 그는 옥중에서 어머니와 가족, 아내, 그리고 명도회원들에게 보내는 서한 3통을 써서 보낸다. 그 서한에 당시 그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상처의 괴로움으로 말하자면 나의 너무나 연약한 육체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습니다. 천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도우심이 아니라면 어찌 한시인들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신앙을 증거하는데 노력하던 그는 1827년 6월 27일 옥중에서 하느님께 자신의 영혼을 바쳤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복자 124위 열전 <33> 이경도·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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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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