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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32> 한정흠·김천애·최여겸

전주 감영서 만나 신분 초월해 서로의 버팀목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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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성소도 친구를 통해 지켜주신다’는 말이 있다. 하느님의 사랑과 부르심에 순교복자들도 서로 신앙을 권면하며 순교의 영성으로 응답했다. 한정흠(스타니슬라오, 1756∼1801)과 김천애(안드레아, 1760∼1801), 최여겸(마티아, 1763∼1801)은 전주 감옥에서 만난 인연으로 순교의 길을 함께 걸었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포된 세 순교 복자는 전주 감영으로 끌려가 여러 차례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특히 옥사에서 서로를 동료로 맞이한 세 순교 복자는 서로 권면하며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한양으로 압송돼서도 문초를 받았지만, 이들의 신앙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버팀목이 됐던 셈이다. 이에 형조에서는 1801년 8월 21일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각각 고향으로 돌려보내 처형하도록 했다. 본래 살았던 거주 지역에서 형을 집행하라는 판결에 따라 한정흠은 고향 김제로, 김천애는 전주로, 최여겸은 무장 개갑장터로 보내져 8월 26일에서 28일 사이에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다.

이처럼 아름답게 순교의 길을 걸은 세 순교복자였지만 이들의 삶의 배경은 달랐다. 몰락한 양반도 있었고, 종살이하던 이도 있었다.

▲ 복자 한정흠
전라도 김제의 가난한 양반 집안 출신인 한정흠은 훗날 전주에 살던 먼 친척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집으로 가 그 자녀들의 스승이 되면서 신앙을 접했다. 이를 계기로 유항검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한 그는 기쁘게 신앙을 실천해 나갔으며, 교회 가르침에 따라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이어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전주를 방문하자 그에게서 성사를 받기도 했다.


▲ 복자 최여겸
 
김천애는 좀 독특한 경우다. 전주 초남이 유항검의 집에서 종살이하던 중 그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했기 때문이다. 신앙을 받아들인 뒤 그는 자신의 신분을 뛰어넘는 고결한 마음가짐으로 신자로서 본분을 지켰다. 특히 진리에 대한 믿음이 남달랐고, 교리의 가르침을 굳게 지켜나갔다고 한다.

▲ 복자 김천애
 
전라도 무장의 양반 집안 출신인 최여겸은 일찍이 윤지충(바오로)에게서 교리를 배웠다. 또 혼인한 뒤에는 ‘내포의 사도’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을 만나 다시 교리를 배우고 아주 열심한 신자가 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의 처가는 한산에 있었는데, 그가 이존창을 만난 곳도 이곳이었다. 이후 무장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깨달은 신앙의 진리를 이웃에게 전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여 많은 사람을 입교시켰다고 한다.

이들 세 순교 복자가 남긴 최후진술이나 이들에 대한 사형선고문은 신앙의 참뜻을 되새기도록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 기록이 「사학징의」(1)에 나온다.

“그는 죽음을 삶처럼 봤고, 그릇된 도리로 많은 이들을 유혹했다. 그러니 죽음을 면할 수 없음에도 ‘예전부터 이단을 배척한다고 형벌을 가하거나 죽이면서까지 금지시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한정흠 사형선고문)

“천주교는 큰 도리요 지극히 훌륭한 행위로, 여러 해 동안 깊이 믿어 뼛속까지 사무쳐 있습니다. (제게) 형벌과 죽음은 영예로운 일이니, 어찌 마음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김천애의 최후진술)

“사학을 독실히 믿었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그릇되게 하고 널리 남녀를 가르치면서 끝내는 스스로를 그르쳤으며, 다른 사람들도 그르치기에 이르렀다.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최여겸 사형선고문)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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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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