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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41> 고성대·성운 형제

한날한시에 순교한 신앙 깊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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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자 고성대


▲ 복자 고성운
 
청송 노래산 교우촌을 이끈 지도자는 고성대(베드로, ?∼1816)ㆍ성운(요셉, ?∼1816) 형제였다.

원래 충청도 덕산 별암(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장리) 태생으로, 부모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했다. 형제는 모든 신자의 모범이 됐을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형은 성품이 거친 편이었고, 동생은 착했지만 둘 다 효성이 지극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형제는 아버지가 병석에 눕게 되자 8개월간 날마다 시간을 정해 부친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 신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또 늘 마음을 모아 성경을 읽고 주위 이웃에 신앙을 권면하는 데 열심을 보여 이들 형제에게 감복하지 않는 교우들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형제는 박해의 손길이 계속해 뻗쳐오자 고산 저구리골(현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로 이주했다. 그러나 형 고성대가 신유박해 때 체포돼 전주 감영으로 끌려가면서 신앙의 고비를 맞게 된다. 당시 관아에서 문초를 받던 고성대는 처음엔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했으나 “배교하면 살려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석방되고 만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형은 동생을 데리고 청송 노래산 교우촌(현 경북 청송군 안덕면 새노래길 일대)으로 숨어든다. 노래산에 숨어든 뒤에는 평온한 가운데서 신앙 생활을 했지만, 가끔 “이 엄청난 죄를 속죄하기 위해선 단칼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책하곤 했다.

10여 년간 공동체와 함께하는 신앙 생활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가난하고 척박한 삶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하나의 신앙으로 살아가는 삶이었기에 행복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그 세월은 짧았다. 1815년 2월 말께 교우들과 함께 예수 부활 대축일을 지내던 형제는 밀고자 전지수를 앞세워 교우촌을 급습한 포졸들에게 체포돼 경주 관아로 압송된다. 처음엔 도적이 급습한 줄 알고 동생 성운과 함께 대적하던 형 성대는 관청에서 파견된 포졸이라는 걸 알고 저항을 멈춘다.

관아로 압송돼 혹독한 문초를 받는 가운데서도 형제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굳게 신앙을 지켰다. 이에 경주 관장은 형제와 함께 배교를 거부하는 다른 교우들을 대구 감영으로 이송한다.

대구 감영에서의 문초와 형벌도 끝없이 이어졌다. 무려 17개월이었다. 하지만 형제는 그 고통을 참아내며 한결같이 신앙을 증거했다. 감옥에서 짚신을 삼은 뒤 이를 옥리들을 통해 팔아 양식을 구해 끼니를 해결했다. 당시만 해도 관에서 죄수들의 먹을거리까지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옥리들에게 돈을 주고 짚을 구해 짚신을 삼은 뒤 옥리를 통해 팔고 일정 수익금은 옥리를 주고 나머지로 짚과 식량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 오랜 기간의 고통과 궁핍, 배고픔에도 형제는 항상 기쁨 안에 살았다. 형제는 혼인하지 않은 채 동정을 지켰다고 한다(「일성록」 순조 병자년 1816년 11월 8일 자 기록 참조).

대구 감사는 형벌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았던 형제를 지켜본 뒤 이를 조정에 보고한다. “고성대ㆍ성운 형제는 어리석고 무식한 무리로, 천주교에 미혹돼 깨달을 줄을 모릅니다. 엄한 형벌로 깨우쳐주려 했지만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 죽기로 한 마음을 목석과 같이 고집하니 이들의 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형제는 드디어 1816년 12월 19일 대구 관덕정 형장에서 서석봉(안드레아) 등 동료 5위와 함께 참수형에 처해진다.

순교 뒤 형제 등 7위의 시신은 형장 인근에 매장됐다가 이듬해 3월 초 친척과 교우들에 의해 거둬졌다. 그런데 매장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형제의 육신은 빛이 났고 눈부셨다고 한다. 조금 전에 죽은 것처럼 보였고, 잘 보존된 형제의 옷은 습기조차 스며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형제와 동료 순교자 5위의 이름과 덕행 실천, 신앙 고백의 발자취는 모든 교우의 기억에 아로새겨져 조선 교회의 빛나는 모범이 됐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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