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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기획] 대림 제3주일 -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 지킴이 양향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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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공작소’ 지킴이 양향희(에스텔·41·서울 대림동본당)씨는 “올해 대림시기는 요란스럽지 않게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고통받는 생존자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세례를 받은 저에게 대림시기와 성탄은 기쁘고 행복한 시기였지만 세월호 참사를 접한 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노란리본공작소는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자리한 가건물이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세월호 노란리본을 하루 평균 7000~8000개 만든다. 노란리본 외에도 ‘Remember 20140416’(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라)이 적힌 ‘기억팔찌’도 이곳에서 만든다.

“세월호 노란리본을 하루에 많을 때는 1만 개 이상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찾는 사람이 많냐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만드는 수량 이상으로 찾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은 흔히 세월호 노란리본을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지 노란리본공작소에서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나라 이름을 아는 전 세계 국가에 세월호 노란리본을 공수한 곳도 노란리본공작소다.

노란리본공작소에 매일 60~70건의 택배를 배달하는 집배원도 양씨의 이름을 외울 만큼 양씨는 노란리본공작소의 상징적 인물이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던 양씨는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지난해까지는 가끔 세월호 광장에 들러 후원금을 내거나 봉사자들에게 간식을 전해 주곤 하다 올 초부터 노란리본공작소를 ‘직장’으로 삼고 있다. 급여가 없는 직장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긴 했지만 내 가족과 내 자녀만을 위하는 저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에 두 아이 학교 보내고 9시까지 노란리본공작소에 나와서 오후 5시까지 노란리본을 만들다가 아이들이 집에 올 때 맞춰 귀가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는 노란리본공작소 말고도 세월호 추모관과 전시관, 분향소,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대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여러 간이 시설들이 있어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양씨처럼 매일 같이 한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오전에는 노란리본공작소에 저 혼자 있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한두 시간씩이라도 봉사하는 분들이 세월호 광장에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활기를 띠지요.”

노란리본공작소를 추우나 더우나 꿋꿋이 지키는 이유를 물었다. “제가 혼자 있을 때에도 세월호 노란리본을 구하러 오는 시민이나 학생들이 꼭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봉사자들에게 후원하려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요. 만일 제가 없다면 세월호 노란리본을 못 구한 채 헛걸음을 한 시민과 학생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생각하면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지요.”

올 여름에는 몇십 년 만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데다 광화문 광장 주변 고층 빌딩 유리에서 반사되는 햇볕과 광화문 지하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보태져 노란리본공작소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에 시달렸다. 요즘 추워지는 날씨에 대비하는 난방시설이라고는 전기장판과 핫팩 정도가 전부다.

“무더위나 추위야 하루만 못 봐도 견디기 힘든 자식과 가족을 잃은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죠. 내 자식에게는 세월호 참사를 방치하는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없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성탄이 다가오면서 단원고 학생 희생자에 가려 관심받지 못하는 일반인 희생자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세월호 생존자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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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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