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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정진석] (57)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세요.

‘순교자의 땅’ 입맞춘 교황 선종, 명동엔 검은 리본 물결



한국 시각 2005년 4월 3일 오전 4시 37분, 비보가 전해졌다.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로마뿐 아니라 전 세계를 슬픔에 빠지게 했다. 더욱 놀라운 발표가 이어졌다. 바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남긴 유언이었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세요. 울지 말고 함께 기쁘게 기도합시다."

작별 메시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상태가 악화하기 전 그에게 문안 인사를 온 폴란드 신부와 수녀들에게 남긴 것이었다.

전 세계 많은 이들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재임 기간인 27년 동안 수없이 많은 나라를 방문한 평화와 사랑의 사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 교황은 85세의 나이로 선종하기 직전까지 일생을 세계 평화를 위해 바쳤다. 세계 언론은 생방송으로 로마 현지를 비추며 하나같이 "세계 평화의 수호자를 잃었다"며 그의 선종을 애도했다.

우리 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교황이었기에 한국 교회와 사회도 교황의 선종 소식으로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하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았던 한국이 나치 치하에 있었던 조국 폴란드와 닮았기 때문이었을까. 1984년 5월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행사와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두 번의 방한이 이뤄졌다.

특히 1984년 5월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교황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순교자의 나라, 순교자의 땅"이라고 말하며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춰 한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또한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직접 한국어로 인용하면서 말씀을 시작해 또다시 한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교황은 바티칸에서 시성식을 주례하는 관례를 깨고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김대건 신부 등 103인의 한국 순교 성인을 탄생시켰다. 파격 그 자체였다. 또 그는 광주와 대구 등 대도시뿐 아니라 소록도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만나 얼싸 안았다. 한국인들은 그런 그를 무척 사랑했다.

교황은 로마에서 한국 순례자들을 만나면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를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 교황의 선종 소식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은 조기를 달고 새벽 5시부터 3분간 추모의 조종을 울렸다. 한편 곧바로 지하 성당에 분향소를 마련해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수녀들의 연도를 시작으로 추모에 들어갔다. 조문객들이 몰려오자 본당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계속 방송하며 추모 인파를 배려했다. 조문객들의 '근조' 리본으로 명동 일대가 검은색 물결을 이루기도 했다.

정진석 대주교는 선종 소식을 듣고 곧바로 4일 새벽 6시 반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한국을 특별히 사랑했던 교황의 선종을 안타까워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정 대주교는 언론을 통해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애도 메시지는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교황 선종 소식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교황님께서는 우리 민족이 크고 작은 고통을 당할 때마다 위로와 함께 기도를 해 주심으로써 저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특히 북한 교회에 큰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만큼 우리 겨레에 많은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들은 교황님을 떠나 보내지만 교황님께서 세상을 향해 외치셨던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는 영원히 우리들 안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교황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시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거룩한 교회의 목자 주님의 일꾼 요한 바오로 2세가 말과 모범으로 신자들을 보살피다가 세상을 떠났으니 마침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분위기가 가라앉은 아침 식사 중, 정 대주교는 교구청 신부들에게 말했다.

"교황님께서 선종하시니 교회뿐 아니라 세계의 어른이 한 분 떠나신 것 같아. 그리고 한 세대가 마감한 것 같은 기분이야. 마지막까지 교황직을 수행하시다가 병석에서도 좋은 메시지를 남겨 주셨네. 교황님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기를 바라네. 그러면 교황님도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실 거야."

정 대주교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교황과 함께하던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리움이 가득한 아침이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7.07.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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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35-43 35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눈먼 이가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36 군중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37 사람들이 그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하고 알려 주자, 38 그가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39 앞서 가던 이들이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0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데려오라고 분부하셨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41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42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43 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다. 군중도 모두 그것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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