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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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청년들, DMZ 아픔 보듬고 평화 위한 순례길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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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청년평화순례단원들이 17일 오후 철원 DMZ생태평화공원 ‘용양보’ 인근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 19일 임진강 생태탐방로에서 북녘땅을 향해 남북한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교구 안젤코 카나테츠(앞에서 두 번째) 신부와 참가자들.



‘2017 DMZ 평화의 바람(Wind of Peace) 국제청년평화순례’가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청년 순례자들은 다시 ‘평화를 향한 순례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화의 바람을 ‘삶의 일상에서’ 기억하고 실천함으로써 더 평화로운 세상을 일구기 위해서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14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국제청년평화순례의 막을 올려 20일까지 248㎞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일부 구간을 순례했다. 평화 순례엔 현재 내전 중이거나 과거 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18개국 분쟁지역에서 온 해외 참가자 26명과 국내 47개 대학에서 함께한 참가자 59명 등 85명과 기광문(다비오) 평화의 바람 단장을 비롯한 스태프 21명을 합쳐 106명이 참가했다.

정세덕 신부는 20일 파견 미사에서 “이제 DMZ 순례를 마치지만 평화를 향한 순례는 다시 시작”이라며 “평화를 체험하고 나누고 살아가며 마음속에 평화를 누리고 평화의 미래를 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2017 DMZ 평화의 바람 국제청년평화순례 이모저모.



빗방울 속으로, 불볕더위 속으로 몸을 내어 맡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차가운 비가 새어들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우비도, 모자도 소용이 없다. 땀방울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72년의 분단의 질곡, 그 아픔과 비교할 수는 없다. 내딛는 발길마다 분단의 상처가 넘쳐난다. 철책은 삼엄한 경계 경비로 숨 막힐 듯하다. 역삼각형 ‘지뢰’ 표지판 또한 64년째 ‘휴전 중’이라는 아픈 현실을 상징한다.

유현경(22,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4년)씨는 “전에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는데, DMZ 순례를 하고 나니 저뿐 아니라 조원들 모두 통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며 “통일 비용보다는 갈라진 겨레의 하나됨을 더 우선하게 됐다”고 했다.

평화 순례는 고성ㆍ양구ㆍ철원ㆍ파주 4대 권역별로 이뤄졌다. ‘평화-생태-역사’를 주제로 고성의 해파랑길 49구간과 양구 두타연 도보 코스, 철원 십자탑 생태 탐방로와 용양보 코스, 철원 평화누리길, 파주 임진강생태탐방로 등 65㎞ 여정이었다.

장서영(16)양은 “북핵 실험이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그간 아무런 감각이 없었는데, 이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DMZ 순례를 통해 알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분단의 아픔을 가장 크게 체감하게 해준 것은 역시 남방한계선 곳곳에 세워진 전망대였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철원 십자탑전망대, 철원 평화전망대 등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북녘땅과 함께 여전히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과 대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DMZ박물관은 ‘축복받지 못한’ DMZ의 탄생과 함께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4년간 이어온 냉전의 유산과 DMZ의 역사, 생태계 변화 , 문화유산과 사적지 등을 한눈에 보여줬다.

초등학교 교사인 안지선(25)씨는 “없어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공기처럼 평화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걸 이번 순례를 통해 절실히 느꼈다”며 교육 현장에서 평화를 가르치는 일꾼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연방 바냘루카교구 보리스 르박(교구장 비서 겸 가톨릭학교 담당) 신부도 “우리도 내전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종교 간 대화와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평화는 증오를 통해서는 결코 얻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바람’ 순례는 DMZ 생태계를 걸은 길이었다.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자리한 양구 두타연 10㎞ 탐방로는 2013년 11월에 개방된 명소였고, 지난해 처음으로 개방된 파주 임진강 생태탐방로 10㎞ 구간과 십자탑 전망대 9㎞ 구간 또한 천혜의 자연이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교구 안젤코 카테네츠(자그레브주교좌본당 난민ㆍ관광ㆍ순회사목 담당) 신부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싸고 팽팽한 군사적 대립이 계속되는 현실이 두렵고 슬펐다”면서 “앞으로 한국을 위해서 더 많이, 더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18일 한반도 통일미래센터를 방문, 환영 미사를 주례한 뒤 강종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과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 신인호(바오로) 소장, 한양대 평화연구소장 최진우(스테파노) 교수 등이 함께한 가운데 통일부에서 주관한 만찬에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을 통해 “DMZ가 다시는 전쟁이 촉발되는 장소가 아니라 세계 평화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청년 여러분의 발걸음으로 ‘평화의 바람’을 일으켜 달라”며 “평화의 연대야말로 한반도 평화는 물론 지구촌 분쟁 해소, 세계 평화 확산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참가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나 IS 분쟁지역인 이라크, 소수부족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미얀마 등지에서 온 참가자도 있고, 보스니아나 르완다, 동티모르, 캄보디아 등 과거 분쟁지역에서도 다수가 참가했다.

시리아 동부 홈스에서 성 바오로 선교회가 운영하는 긴급구호단체에서 일하는 마지드 알자홈(27)씨는 “군사분계선과 총을 들고 경계 근무하는 군인들을 보며 같은 형제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현실이 속상하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시도됐다. 참가자들은 순례를 마친 뒤 밤마다 9개 조별 모임을 통해 전쟁과 분단, 평화 전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대안도 모색했다.

참가자들은 춘천교구 거진본당 엠마오의 집과 한반도 통일미래센터에서 숙박하며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를 보고 통일 캐릭터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통일 비전을 열어나갔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도 ‘평화 부채 완성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란 무엇인지를 참가자들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민선(라파엘라, 19)씨는 “DMZ를 돌아보며 평화 순례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크게 느꼈고, 남북관계의 미래, 나아가 평화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글=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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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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