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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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7) 국제협력(중) ‘지구 시민교육’

지구 시민이 손잡고, 조금씩 만들어가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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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력을 통한 나눔은 ‘꽃으로’ 핀다. 학교 환경 개선 봉사를 하면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치면 가난과 배고픔에 지친 이재민과 난민들의 맑은 미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긴급 구호든, 장ㆍ단기 봉사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팀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고통받고 소외된 지구촌 모든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빈곤을 없애며 사회 정의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는 사명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성찰했다. 그 결과로 ‘지구 시민교육’이 시작됐다.


 
띠앗누리 통해 성체성사 삶으로 초대


맨 먼저 시작된 것은 ‘띠앗누리’였다.


‘형제자매 사이 우애 있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 ‘띠앗누리’에서 이름을 딴 국제 자원(自願) 활동을 통해 국경, 종교, 인종을 초월하는 가난한 이웃과 친교를 나누고 한가족이 되려고 했다. 혼밥이 아니라 성체성사의 삶, 곧 성찬의 식탁 공동체로 초대하려 했다.

▲ 2017년 7월 띠앗누리 23기 청년들이 네팔 카투만두 따레빌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기차놀이를 즐기고 있다.


2004년 7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단기 봉사를 시작으로 15년간에 걸친 ‘띠앗누리’ 국제 자원 활동이 막을 올렸다. 당시 중ㆍ고생과 대학생 46명으로 구성된 띠앗누리는 토목 작업과 돌담 쌓기, 사료장과 퇴비 만들기, 벽돌 만들기 등 활동과 함께 몽골 가정방문, 유목생활 체험, 몽골 문화ㆍ역사 강의 수강 등을 통해 현지 문화를 진하게 체험했다. 단순한 해외 원조에서 벗어나 국제 봉사단을 꾸려 인력 지원을 시도한 것은 한마음한몸운동 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2005년 1월 연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와 함께한 의료 봉사를 제외하고 초창기 5년간은 1년에 한 번씩 몽골을 오가며 국제 자원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다 2008년 1월 캄보디아 씨엠립의 예수회봉사센터(Jesuit Service Center, JSC)에서 진행한 국제 자원 활동을 계기로 1년에 두 차례 캄보디아와 몽골에서 진행됐고, 2013년부터는 캄보디아와 네팔을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월 캄보디아에 파견한 15기를 기점으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띠앗누리를 단기적 국제 자원 활동이 아니라 ‘지구 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편한다. 지구촌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과 현지 청년들이 손잡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열정을 쏟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서로 문화를 이해하고 배움을 얻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했다. 띠앗누리의 변신이었다.


이를 위해 띠앗누리 프로그램을 단순한 해외 봉사에서 지구 시민교육으로 바꿨다. 국제 자원활동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친교를 다지는 사전 교육(오리엔테이션)과 청년ㆍ빈곤ㆍ인권ㆍ환경 이슈에 대한 분야별 전문가 초청 교육(배움터), 한국과 현지 청년들이 함께 나누고 교류하는 현지 활동, 배움터와 현지 활동을 통해 알아본 이슈를 국내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에서 확인하는 해단식의 네 단계로 개편했다. 이 중 해단식 행사는 부안 에너지 자립 마을에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띠앗누리를 체험한 청년은 24기 433명이다.


국제협력팀의 김다해(아녜스) 간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현지 활동을 체험하기 전에 먼저 지구촌 이슈별로 배움에 중점을 둬 교육하면서 지구촌 시민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지구 시민교육은 현지 활동을 단순한 봉사 활동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지구 시민으로 살기

문제는 현지 활동을 다녀오면, ‘그냥 끝’이 되고 마는 상황. 그래서 ‘지구 시민 서포터즈’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띠앗누리를 다녀온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지구촌 이슈를 좀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기획한 것이다. 토론 내용은 자료집으로 냈다. 요즘은 청년들 스스로 다양한 주제를 선택해 관심사를 나누며 ‘지구 시민의 생활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간 쓰레기 안 버리기, 하루 1.25달러(1500원)의 빈곤선 이하로 살아보기,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 같은 환경 다큐 영화처럼 살아보기(지구에 무해한 생활을 하는 프로젝트) 등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띠앗누리 14기로 몽골 국제 자원 활동에 참여한 김근아(아나스타시아, 27)씨는 “(띠앗누리) 참여 전에는 ‘후회 없는 삶을 살자’가 인생의 목표였다면, 참여 뒤엔 ‘후회하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봉사와 나눔에 관심이 생겨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고 꿈꾸는 직업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김씨는 띠앗누리 놀이터 준비위원회를 거쳐 지금은 지구 시민 서포터즈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지구 시민교육으로 시대 징표 읽기

그러나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특별한 경험으로서 지구 시민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이에 앞서 2010년 4월이었다. 이전까지 식량이나 학교 교육, 지역사회 개발 지원에 중점을 뒀지만, 사업 지원만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청소년 지구 시민교육’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연간 10여 개 학교나 기관, 복지관 등에서 500∼7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작됐다. 단발성 교육은 지양하고 최소 두 차례 이상, 보통은 4회, 많게는 6회까지 교육 현장에 따라 신축적인 프로그램을 짰다. 빈곤 퇴치와 인권존중, 공정 무역과 여행, 지속 가능한 환경, 사회 정의 등이 주된 주제였다.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교육을 마친 뒤 설문은 긍정적이었다.


“저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 저희도 그 세계시민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 것, 지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저희에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2017년 안법고 해외 봉사 동아리 교육 설문)


그런데 시민사회에서 이 같은 교육이 늘어나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방향을 돌려 지구촌 이슈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느리지만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쪽으로 바꿔나갔다.


이를 위해 2015년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풍부하게 담은 호주 카리타스 자료집과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국제개발 NGO 옥스팜(OXFAM)의 학교 프로젝트 자료집을 번역, 시범 적용하면서 내년 상반기 발간을 목표로 새로운 지구 시민교육 교안을 만들고 있다.


박진솔(아녜스) 대리는 “지구 시민교육으로 시대적 징표를 읽고 대응하는 힘을 얻었다”면서 “나부터 변화를 모색하고 작은 실천을 통해 참여하는 것은 성체성사의 삶을 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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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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