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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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37) 피임에 대한 환상! 선으로 포장된 악

피임과 낙태, 뿌리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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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교육과 그 환상들

“오늘은 피임교육을 할 예정이에요. 피임! 잘해야 하겠죠? 아기는 축복이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경우에는 심한 고민과 자괴감, 그리고 인생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가 있거든. 쉽고 간편하고 권할 만한 피임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콘돔과 피임약. 콘돔을 정확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98 이상의 성공률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85밖에 되지 않아요. 그만큼 정확히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숙지하도록!”

“피임약은 생리 시작 첫날부터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면 성공률이 99 이상이거든. 사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가장 힘든 당사자는 우리 여학생들이잖아? 그러니까 남자친구들에게만 피임을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더치페이가 뭐죠?”, “자기가 먹은 떡볶이 값은 자기가 내는 거죠?”, “그렇지! 피임에도 이 규칙이 적용돼요. 네덜란드 청소년들은 더블더치라고 해서 남학생들은 콘돔, 여자는 피임약으로 각각 알아서 피임하도록 교육받고 있어요.”

2010년 드라마 ‘산부인과’의 한 장면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서혜영(장서희 분)이 청소년들에게 성교육하는 내용이다. 청소년들이 이런 교육을 받으면 두 가지 환상이 생긴다. 첫째는 ‘콘돔과 피임약만 사용하면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다’는 환상, 둘째는 ‘선진국 청소년들은 피임을 믿고 자유 성관계를 하고 있다’는 환상이다. 둘 다 거짓말이다. 피임 성공률은 이론일 뿐이며, 선진국은 청소년에게 책임의 성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은 책임의 성교육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피임교육에만 노출되기에 피임이라는 환상을 믿기 쉽다.



피임에 대한 환상, 낙태로 가는 지름길

“감기 기운도 있고 헛구역질도 나. 입덧 하나 봐. 나 임신했어.” 청소년들에게 피임 성공률이 매우 높다고 당당하게 강의했던 드라마의 서혜영이 자신의 남자에게 하는 말이다. 전문가도 피임에 실패하는 것이다. 서혜영은 “피임했는데, 왜 생겼지? 내 애가 맞는지 안 물어봐?”라고 묻고, 남자는 “100가 어딨어? 생길만하니까 생겼겠지!”라고 응수한다. “100가 어딨어?”가 피임의 진실이다. 피임에 실패한 이 남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임신 6주차라는 말에 남자는 “뭐 아직”이라고 답한다. “힘들겠지? 낳는 거?”, “낳고 싶어?”, “낳고 싶으면 낳아도 돼?”, “파견 끝나면 자리 만들어질 텐데, 배불러 어떡하려고? 결혼도 안 한 여자가 배불러 다니면 학교에서 받아줄 것 같아? 내가 아무리 밀어도 안 돼.”

이들은 낙태를 선택했다.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피임이 표면적으로는 낙태를 예방해 주는 것 같지만, 그 심층을 보면 ‘성관계는 하면서 임신은 절대 안 된다’는 피임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낙태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놓았다. 이 드라마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피임과 낙태는 ‘임신은 절대 불가’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셈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런 피임과 낙태의 직결 현상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피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곳에서 낙태 조장 문화가 특히 위세를 떨칩니다. 피임과 낙태가 그 본질과 도덕적인 중요성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둘은 흔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나무의 열매인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13항)

피임교육을 해온 여성단체 상당수가 낙태죄 폐지 주장을 하는 현상을 보면 피임과 낙태의 직결성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피임법은 없습니다.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의 광고 문구다. 애초에 책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피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피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낙태를 합법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여성과 생명을 모두 살리는 양육비 책임법에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악은 악의 길로만 갈 뿐


우리가 피임과 낙태를 반대 개념으로 오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임산업이 피임을 생명 수호의 선으로 선전해왔기 때문이다. ‘성관계는 자유롭게 하면서 임신만 안 하면 된다’는 피임 에 대한 환상 그 자체가 악이기 때문에 결코 선한 쪽으로 갈 수 없다.

그렇지만 피임산업은 신문과 방송을 동원해서 천사의 옷을 입는다. 한 기업이 피임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늘어나는 10대 어린 미혼모들을 보면서 이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은 콘돔과 피임약 사용의 보편화며, 청소년들도 콘돔을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브랜드 론칭을 통한 재능기부 경제 활동을 생각하게 됐다.”

양육비 책임법과 책임의 성교육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는 피임이 유일하고 완벽한 성교육이라는 환상만을 강화해 낙태 수요를 천문학적으로 늘릴 뿐인데, 이런 본질을 지적하면 시대착오적이라고 매도당한다.

이런 주객전도 상황을 50년 전 바오로 6세 교황은 정확히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피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교회의 가르침에 반대되는 여론이 너무 많고, 또 그것이 홍보수단을 통해서 매우 널리 전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가 하느님이신 창립자와 마찬가지로 ‘반대 받는 표적’이 됐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교회는 실제로 부당한 것을 절대로 타당하다고 선언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진정한 선에 배치되기 때문이다.”(「인간 생명」 18항)

‘콘돔과 피임약으로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피임의 시대가 열린 지 반세기가 지났다. 자유 성관계와 자유 낙태의 시대가 열렸다. 이런 미래를 예측한 바오로 6세 교황이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의 수호성인’으로 시성된다. 성인의 통찰을 되새기고 전구를 청하며 피임이 아니라 책임이 해결책이라는 진리를 용기 있게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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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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