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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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을 사는 사람들] (2) 마다가스카르에 학교 세운 김병헌·김영숙 부부

천상 하모니로 마다가스카르에 행복 전하는 ‘파파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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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툴레아 지역 주민들은 그를 “파파 스테파노”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툴레아 지역에 학교를 건립하는 데 힘을 보태고, 브라스밴드인 ‘마다가스카르 쌘뽈밴드’를 창단한 김병헌(스테파노, 80, 원주교구 구곡본당)씨다. 김씨와 그의 아내 김영숙(마리아, 75)씨는 6년째 자비로 마다가스카르를 오가고 있다. 8월 30일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만난 김씨 부부는 인터뷰 중간중간 “밴드 단원들이 악보 보는 걸 잊지는 않았을까”, “악기관리는 잘하고 있을까” 하며 걱정을 내비쳤다. 온통 신경이 마다가스카르에 가있는 듯 보였다.

▲ 김병헌(스테파노)씨와 아내 김영숙(마리아)씨.

김씨 부부의 음악 선교는 우연한 계기로 마다가스카르를 찾은 것이 시작이었다. 2012년 평소 부부와 연이 있던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선교 수녀가 머무는 마다가스카르에 방문한 것이다. 김씨 부부는 마다가스카르 툴레아 지방에서도 오지마을에 속하는 마디우 라누에서 수녀와 수사들이 노래 가사만 덩그러니 적힌 종이를 보고 미사 드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평생을 음악교사로 지내다 은퇴한 남편 김씨는 악보 없이 노래 부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꼭 음악을 가르쳐야겠다는 열정이 타올랐다. 남편 김씨는 “음악을 통해 이들의 삶을 더 활기차고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돈을 모아 학교를 세워줬던 기억도 떠올렸다. 전쟁으로 모든 학교가 불타 없어지자, 당시 가평에 주둔하던 미군들은 1달러씩 모아 ‘가이사 중·고등학교(현 가평고등학교)’를 건립했다.

“어린 시절, 미군들이 지어준 학교에 다니고, 미군 장병 부모들이 보내온 학용품을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처음 트롬본을 잡아볼 수도 있었죠. 제가 한평생을 음악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도움의 손길 덕분이에요.”(남편)

망설임 없이 음악 선교를 시작하게 된 건 아내 김씨의 덕도 컸다. 아내는 늘 은퇴 후 이태석(요한, 1962~2010) 신부가 머물렀던 남수단 톤즈에서 봉사하자고 남편에게 말하곤 했다. 결국, 그 바람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이뤄졌다. 남편 김씨는 자신이 단장으로 활동하는 ‘원주실버밴드’ 단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편 김씨는 “좋은 일은 늘 크게 벌어진다는 걸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악기점을 운영하는 이웃이 악기를 기증했다. 원주교육청도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모아 기증했다. 드럼, 색소폰, 건반은 물론이고 탬버린, 실로폰, 리코더 등 악기 260점이 모였다. 컨테이너 선박이 두 번 오가고 나서야 모든 악기가 남아프리카 땅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김씨 부부는 해마다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했다. 그러나 오선지 악보는커녕 악기조차 본 적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려주는 건 쉽지 않았다. “당연히 ‘도레미파솔’ 계이름 정도는 아는 줄 알았어요. 말도 안 통하는데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나 막막했죠.”(남편)

수녀와 수사들을 모아두고 입술 모양에 맞는 관악기를 배정했다. 오래도록 음악교사로 활동하며 터득한 비법을 모두 전하고자 밤낮으로 씨름했다. 악기 수리법도 따로 배워 가르쳤다. 김씨 부부는 기도도 아끼지 않았다. 기도를 올릴 때면 “이왕 왔으니 해야 한다”는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 카메라 앞에 선 마다가스카르 쌘뽈 밴드 단원들.


몇 년을 노력한 끝에 36인조로 구성된 쌘뽈밴드가 탄생했다. 쌘뽈밴드는 2015년 한 한국인의 기금 봉헌으로 지어진 ‘마디우 라누 응석 세쿨리 학교’ 개교식에서 첫 연주를 선보인다. 지역 주민 800여 명은 쌘뽈밴드가 들려준 아름다운 연주에 미소 짓고 눈물도 흘렸다.

김씨 부부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 년에 한 번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해 음악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고, 급기야 사제 1명, 수녀 2명, 주민 1명을 원주로 초청해 유학시켰다. 3개월간 자신들의 방을 내주고 피아노 연주법부터 지휘법까지 가르쳤다.

이 모든 헌신이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아내 김씨는 “모든 일은 다 주님이 계획하신 일”이라며 “그저 우리 부부에게 마련해주신 축복의 시간을 알맞게 잘 쓰고 있다”고 답했다.

▲ 학생들과 대화하는 김병헌씨.


두 부부는 마다가스카르 아쿠룽가 지역에 새로운 학교를 지었다. 남편 김씨의 세례명 스테파노와 그의 중학교 제자 석경환(루카)씨의 세례명을 따서 이름 지은 ‘조 루카 스테파노 학교’다. 제자 석씨는 학교 건립을 위해 성금을 기부했다. 김씨 부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10월 개교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양손 가득 주민들의 선물을 챙겨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들은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내가 죽으면 그냥 마다가스카르 사막에 묻어달라고 했어요. 음악을 가르치는 일은 제 소명이자 가장 큰 기쁨이거든요.”(남편)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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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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