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유럽 현대 성당 탐방 (6·끝)

하느님 보시기 좋은 ‘전례 공간’ 위해 교회 뜻 모아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프랑스 아시성당. 안병철 교수 제공

▲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피흐미니성당.

▲ 독일 뮌스트슈바르작 수도원의 소성당.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지난여름, 독일ㆍ스위스ㆍ프랑스의 현대 건축 성당들을 탐방했다. 신부님, 건축가, 미술가, 일반신자 등 20명이 함께 했다. 단순히 탐방이라기보다 순례하는 마음으로 유럽 현대 교회건축과 성미술 분야 연구를 위한 뜻깊은 여정이었다. 20세기 중반부터 최근 지어진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이 유럽의 성당들은 교회 관계자, 건축가, 예술가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협력하며 예술의 은사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표현한 훌륭한 사례들이라 생각한다.

이번 탐방은 독일의 네비게스 마리아 평화의 모후 순례성당을 비롯해 뮌스트슈바르작 수도원, 라이프치히 삼위일체성당, 뮌헨 예수성심성당, 스위스에서는 무티에 우리 마을의 성모성당, 성 비오 메겐성당을, 프랑스에서는 롱샹성당, 아시성당, 라 투렛 수도원, 피흐미니성당, 에브리성당, 성령강림성모성당을 보았다. 하나하나 찾아가 본 성당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함께 조용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고, 성당으로 향하는 주변부터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속세에서 성스러운 세계로 들어가는 통과 의례적인 장치가 있음을 느꼈다. 또한, 성당들을 둘러볼 때마다 외부와 내부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전례 공간의 성물들에서 깊은 영적 감동을 받곤 했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 하나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축물들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성당, 라 투렛 수도원, 피흐미니성당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개념으로 종교적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필로티 사용과 내부 공간을 기능에 따라 자유로운 구성, 디자인과 색의 조화, 콘크리트 구조의 비정형화된 형태로 내부 공간에 자연 광선이 유입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인간과 신이 만나는 엄숙한 공간을 만들어 낸 그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훌륭한 예술가들에 의해 성미술품들이 가득한 아시성당과 제대, 감실, 세례대, 신자석 배치, 스테인드글라스 등 전례 공간으로서 가장 좋은 느낌을 받았던 무티에 우리 마을의 성모성당, 가장 최근에 지어진 라이프치히 삼위일체 성당은 외형적으로 모던하고 합리적인 구조와 건축 재료의 효과적인 사용, 상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간결한 내부 공간에서 현대 교회의 새로운 전례 공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각각의 성당에 마련된 소성당의 전례 공간은 특별히 관심을 끌게 했다. 슈바르작 수도원, 메겐성당, 에브리성당, 라이프치히 삼위일체성당에 있는 소성당은 경건하고 간결하게 구성돼 조용히 묵상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도드리기 좋은 공간의 모습을 보여 줬다.

하느님의 집이며 하느님 백성들의 집인 성당, 교회건축과 미술은 신자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거룩한 장소로서 존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존재한다. 우리는 음악, 미술, 문학 등 훌륭한 예술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 앞에서 큰 위로와 감동을 받기도 한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아름다움은 하느님에게 이르는 하나의 길’이며, ‘참된 예술은 더 높은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에서는 ‘예술은 그 본질상 인간 정신을 경건하게 하느님께 돌리는 데 이바지하면서, 더욱더 하느님의 찬미와 영광을 드높이게 된다’고 하며 복음화의 중심인 예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20세기에 들어 교회에서 문화 예술의 중요성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온갖 탄압과 수난에 불구하고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한국 가톨릭교회는 그 역사만큼 수많은 예술가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성미술 걸작들을 탄생시켜왔다. 한국 가톨릭교회사의 산물인 성미술(聖美術)은 신자들의 신앙과 정신을 고양하는 데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성당들은 건물 조형성, 기능, 전례 공간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요즈음 한편에서는 국내 성당과 성지 등에 국내ㆍ외 작가들의 성미술품들이 불법으로 복제되고, 조잡하고 격이 떨어지는 성물들이 상업적으로 제작돼 설치되는 사례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것들이 교회 내 전례 공간에 수용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경계해야 할 점이다.

조형적으로 뛰어난 아름다운 공간에서 영적으로 풍부한 성미술품들을 통해 신자들에게 기도하는 공간, 신앙을 갖지 않은 비신자들도 하느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신성한 전례 공간, 제대를 중심으로 전례에 필요한 요소들의 구성이 하나로 통합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진정성이 있는 전례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의 교회 모습 속에서도 참한 교회건축, 성미술을 통한 진정한 전례 공간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구 차원의 ‘교회건축위원회’ ‘성미술위원회’ 등이 구성되고 활성화돼 성직자, 건축가, 예술가들이 서로 간의 진정한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앞으로 지어질 성당들은 더욱더 신중하게 전례에 사용되는 기능성과 성스러운 삶의 방식에 공헌할 수 있는 모습으로 교회 관계자, 건축가, 성미술 제작자는 충분한 준비와 계획을 거쳐 처음부터 하나의 목적에 일치되는 전례 공간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건축가, 예술가들은 전례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깊은 신앙의 자세,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정기적인 교회건축과 성미술 관련, 워크숍, 세미나들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실질적으로 논의하여 이를 공유하는 실천적 자세가 필요하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0-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0

요한 11장 25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