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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교구 사목교서]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릅니다”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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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무엇보다 반갑고 기쁜 일은 갈라졌던 우리 민족이 ‘평화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절망과 죽음 속에서도 부활의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의 길이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합시다. 이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아서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에게 “나는 당신들에게 평화를 주고 갑니다. 내 평화를 당신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릅니다”(공동번역 성서 요한 14,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사적으로 한때 ‘로마의 평화(Pax Romana)’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는 로마군대의 무력에 의해 유지된 것이니 예수님께서 지적하신 ‘세상이 주는 평화’일 따름입니다. 당신께서 남기시고자 했던 평화는 아버지와 함께 있음으로써 얻어지는 평화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담뿍 받은 아드님은 그 사랑에 힘입어, 그 사랑 때문에, 그 사랑을 통하여 당신 생명을 아낌없이 바칠 수 있었고,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평화를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요한 20,1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죽기 전에 약속하신 평화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된 것입니다. 평화 자체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영을 불어넣으시며 누구의 죄든지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평화의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하느님의 사랑이며,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가 서로 용서하는 것입니다. 평화는 용서하고 얼싸안는 데서 시작됩니다. 남과 북은 평화를 위해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쟁과 오랜 군사 대치로 흘린 동족상잔의 피를 수습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우리 사회 안에 갈라진 마음을 화해와 용서로 모으는 일입니다. 원하옵건대, 우리 모두 하느님 사랑의 은혜로 미움과 분노에서 벗어나 용서의 기쁨 속에서 참 평화를 이루길 간절히 빕니다. 저 또한 허약한 사람이니 밀이 아니라 가라지 같은 모습 때문에 하느님 앞에 엎드려 빌고 또 빌게 됩니다. 제발 거짓 없이 살게 해달라고, 위선자가 되지 않게 지켜주시라고 말입니다.

우리 마산교구 신자들은 손가락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말고 용서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그러려면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신자들마저 마음대로 살아간다면 나라의 미래는 마지막 희망인 우리로 인해 더 허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십자가 곁에 서 계셨던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용서하며 우리 주 예수님의 남은 고통을 기꺼이 지고 갑시다. 사랑과 평화가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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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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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4장 23절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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