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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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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 (5) 김정환의 ‘성모영보’(聖母領報)와 ‘삼왕’(三王)

한국 무대미술 선구자가 그려낸 현대적 성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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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영보’는 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변색돼고 그림 일부가 지워져 원작이 훼손된 상태다.


▲ ‘삼왕’은 인물의 위치 등으로 공간의 깊이를 강조했다.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입체무대를 시도했던 김정환의 경향을 보여준다.


전람회 작가 중 유일한 무대미술가

1954년 성미술 전람회에는 화가와 조각가, 공예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소개할 ‘성모영보’(주님 탄생 예고)와 ‘삼왕’은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가 중 유일하게 무대미술가로 활약하며 현대 한국 무대미술의 기초를 세운 김정환(1912~1973)의 작품들이다. 김정환은 성미술 전람회에 두 점의 회화작품을 출품했는데 그 중 ‘성모영보’는 다행스럽게도 현재 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954년 당시 ‘가톨릭시보’(지금의 가톨릭신문)에 실린 성 미술전 관련 사진(노기남 대주교의 관람 장면)에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어 출품작임이 확인됐다. 누가 봐도 ‘성모영보’인 이 작품의 작가를 찾기 위해 「경향잡지」에 게재된 출품작 목록을 대조해 보았을 때 ‘성모영보’는 김정환의 작품 한 작품밖에 없어 그의 작품임을 쉽게 밝힐 수 있었다. 또한, 2016년 ‘한국 가톨릭 성미술 재조명전’을 계기로 작품 뒷면에 남아 있던 캡션(짧은 설명문)이 발견되면서 김정환의 ‘성모영보’는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임이 재차 확인되었다. 이후 성낙인의 사진 자료를 통해 나머지 출품작 ‘삼왕’의 이미지가 공개되면서 그의 출품작 두 점 모두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1912년 서울에서 출생한 김정환은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 재학 시절이던 1932년에 극예술연구회의 직속 실험무대에서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1809~1852)의 작품 ‘검찰관’의 조명을 맡아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일본미술학교 응용미술과에 입학해 무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일본에 있는 동안 무용가 최승희(1911~1967)의 공연에서 무대미술과 조명을 맡아 돕기도 했다. 김정환은 졸업 후 전시회를 개최하고 1939년 일본 동보영화사(東寶映?社)에서 1년여간 이론과 실무를 익히며 무대미술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1940년에 귀국한 김정환은 조선연예주식회사와 조선악극단의 미술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무대디자인 및 제작에 참여했고, 해방 후 서울무대장치소를 개설해 운영하며 연극과 영화에서 활동 폭을 넓혀나갔다. 그의 영화미술 대표작으로는 고려영화사의 ‘자유만세’(1946), 대한영화사의 ‘밤의 태양’(1948) 등이 있다.
 

그는 195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강의한 것을 시작으로 1960년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고 우리나라 현대 무대미술의 선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영화, 오페라, 무용계 등 무대미술 전반에 걸쳐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다.

 

단순하면서 입체적 구성으로 이루어져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 ‘성모영보’와 ‘삼왕’을 완성했던 시기에 김정환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교수로 초빙되어 강의하면서 미군 측에 의뢰해 얻은 새로운 미술 이론서들을 접했고 틈나는 대로 수채화와 유화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따라서 무대미술가로서 회화 작업에 몰두했던 시기에 제작된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들은 그의 전공인 무대미술과 회화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성모영보’는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께 성령으로 인하여 구세주를 잉태하심을 전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출품 당시의 흑백사진과 비교해 보면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밝게 표현되었던 성모 마리아의 후광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고 이목구비도 많이 지워져 있어 원작이 훼손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색감이 제작 당시의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품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체주의 회화를 연상시키기는 다양한 크기의 푸른색, 갈색, 연한 노란색의 사각형들이 자유롭게 중첩되어 있는 배경에는 두 개의 뾰족 아치 창이 자리하고 있고 그 사이로 간결한 선묘로 표현된 성모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가브리엘 천사는 무릎을 꿇고 있으나 공간의 어떤 한 지점을 명확하게 딛고 있지 않고, 그 앞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의 역시 가브리엘 천사의 바로 앞에서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마치 무대 세트장을 배경으로 인물이 배치된 것 같은 입체적인 공간의 느낌을 자아내는 동시에 초월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세 겹으로 중첩되어 표현된 가브리엘 천사의 날개는 움직임을 암시하며 화면 속에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환의 또 다른 출품작 ‘삼왕’은 새로 발견된 흑백 이미지로 새롭게 확인된 작품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하하는 동방박사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동방박사의 의복 등에 짙은 색을 사용하여 ‘성모영보’와는 다소 다른 색감의 작품이었을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공간 구성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도식화된 의복과 간략한 이목구비의 표현 그리고 인물들을 각각 다른 층위의 화면에 위치시키는 방식에서는 ‘성모영보’와 유사한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삼왕’의 구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아래쪽에 옆모습과 뒷모습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동방박사와 그보다 위쪽에 표현된 또 다른 동방박사 그리고 성모자, 성 요셉의 순으로 높이를 달리해 인물을 배치하고 작품 우측 상단의 십자형별로 공간의 깊이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작품 속 배경의 입체적인 표현은 1932년 연극 ‘검찰관’에서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입체무대를 시도했던 김정환의 무대 공간 디자인의 경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김정환의 ‘성모영보’와 ‘삼왕’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무대미술가의 성미술 작품으로 디자인과 회화의 요소가 잘 어우러진 현대적 감각의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참고자료=「무대미술과 문헌(文軒) 김정환」 , 김흥우, 「3인의 무대미술가 ; 김정환, 장종선, 최연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 집·국립예술자료원, 2012

▲ 정수경 가타리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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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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