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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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상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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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각별한 만큼, 신자들은 성모상 앞에서 마리아에게 우리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길 청한다. 우리가 늘 만나는 성모상. 성모상은 언뜻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모습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모상의 의미를 알고 기도한다면, 기도에 깊이가 더해지지 않을까. 교회 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성모상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 뤼드박의 성모상(기적의 메달)

레지오마리애 회합 때 두고 기도
발현 모습 새겨진 ‘기적의 메달’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성모상이라고 한다면 ‘뤼드박의 성모상’이 아닐까. 23만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행동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레지오마리애가 회합 중에 사용하는 성모상이 이 뤼드박의 성모상이다. 또한 많은 신자들이 묵주에 달곤 하는 ‘기적의 메달’(기적의 패)의 성모상도 바로 이 성모상이다.

뤼드박의 성모상은 머리에 흰 수건을, 어깨에는 망토를 두른 마리아가 지구를 감싸고 있는 뱀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뱀은 죄를 상징한다. 이 모습은 에덴에서 인류가 원죄를 저질렀을 때 하느님이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고 한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성모상은 1830년 프랑스 파리 뤼드박의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수녀회 모원에서 성녀 가타리나 라부레 수녀에게 발현한 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성인에게 발현한 마리아는 자신이 발현한 모습을 메달에 새기도록 지시하고 “메달을 지니는 사람들은 큰 은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메달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병이 낫거나 회개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기적의 메달’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이 메달은 레지오마리애 창설자 프랭크 더프에게도 큰 영향을 줬고, 레지오마리애 탄생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 루르드의 성모상

발현 때 ‘원죄 없는 잉태’ 밝혀
“죄인을 위해 기도” 메시지 전해

우리 본당 성모상이 동굴 속에 있다면, ‘혹시 루르드의 성모상이 아닐까’라 생각하며 자세히 살펴보자. 성모상이 흰 머리 수건과 흰 옷, 푸른 허리띠 차림으로 묵주를 들었다면, 그리고 발 위에 노란 장미가 있다면 무릎을 탁 쳐도 좋다.

이 성모상은 1858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14살의 소녀였던 베르나데트 성인에게 발현한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했다. 마리아는 성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다가 16번째 발현 때 ‘나는 원죄 없는 잉태’라고 밝혔다. 어린 성인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본당사제에게 이 말을 전했는데, 당시는 마리아에 관한 믿을 교리인 ‘원죄 없는 잉태’ 교리가 선포된 지 4년 밖에 안 된 시기였다. 어린 성인은 물론 신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발현을 계기로 ‘원죄 없는 잉태’ 교리가 널리 퍼졌다.

루르드에 발현한 마리아는 “회개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또 발현이 있었던 자리에 솟아난 샘물은 질병 치유와 영적 회개 등의 기적을 일으켜 수많은 순례자들이 루르드를 찾고 있다. 발현지에서는 수천 명이 기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교회가 조사를 통해 공식 인정한 치유 기적은 70건(2018년 2월 기준)이다.


■ 파티마의 성모상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발현
“티 없는 성심 승리하고 평화 올 것”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하얀 베일. 묵주를 팔에 걸고 다소곳이 모은 두 손. 가슴에는 지구 모양의 금색 목걸이를 하고 있는 성모상은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 나타난 마리아의 모습을 따온 것이다.

파티마에 마리아가 발현한 때는 제1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이르고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 세계가 혼란에 빠진 시기였다. 세 어린 목동들에게 나타난 마리아는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요청했다. 마리아는 죄인들의 회개와 성직자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매월 첫 토요일에 속죄의 영성체를 하라고 전했다. 마리아는 “결국 티 없는 성심이 승리하고 평화가 올 것”이라며, 이 기도를 통해 많은 영혼이 구원되고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음을 약속했다. 그래서 파티마의 성모상에는 가슴 부분에 ‘티 없는 성심’ 즉, 성모성심을 나타내는 심장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1946년 비오 12세 교황은 파티마의 마리아를 ‘세계의 여왕’으로 선포했다. 이에 파티마의 성모상은 왕관을 쓰고 있는 형태로 제작되기도 한다.


■ 성모성심상

성모성심 강조, 손으로 심장 가리켜
하느님께 대한 마리아의 사랑 공경

파티마의 성모상이 아님에도 성모상의 가슴에 심장의 형상을 드러냈다면 성모성심상이다. 성모성심상은 발현한 마리아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성모의 성심(聖心)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성모성심상은 손으로 심장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16세기 이후부터 널리 보급되던 성모성심에 대한 신심은 1917년 파티마의 성모 발현 이후 더욱 널리 전파됐다. 비오 12세 교황은 파티마 성모 발현 25주년인 1942년에 전 세계를 성모성심에 봉헌했다. 비오 12세 교황은 회칙 「그리스도의 신비체」에서 “원죄·본죄에 물들지 않으시고 항상 당신 아드님과 긴밀히 결합하신 마리아께서는 아담의 타락으로 훼손된 당신의 모든 자녀들을 위해 새로운 하와로서 골고타에서 사랑에 넘치는 완전한 희생과 더불어 당신 아드님을 성부께 바치셨다”고 밝혔다.

성모성심은 예수성심과 긴밀히 결합돼 있기 때문에, 성모성심상은 주로 예수성심상과 함께 세워지곤 한다. 예수성심이 인간이 예수의 사랑에 배반한 것을 보속하는 마음으로 공경하는 것이라면, 성모성심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마리아의 사랑을 공경하는 것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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