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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난임, 생명을 얻으려 생명을 죽이는 사람들 1. 대리모, 난임이 불러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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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는 21만 명이다. 한 해 출생아 수 35만여 명의 약 60에 달하는 수다. 난임 환자들은 자녀를 맞이하고 싶은 갈망과 함께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교회 역시 난임 부부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을 위해 동행하고 있다.

그러나 난임 치료의 방법으로 알려진 시험관 아기, 그리고 음성적으로 퍼져있는 대리모 출산은 결국 생명을 얻으려다 생명을 죽이고 마는 역설을 범하게 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난임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대리모와 시험관 아기의 문제점을 살피고, 생명을 살리는 난임 치유법에 관해 알아본다.


최근 한겨레신문과 MBC ‘PD수첩’ 등의 매체들이 대리모를 둘러싼 다양한 실태를 보도해 화제가 됐다. 생면부지의 외국인 대리모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인 아기들, 수치로는 파악되지 않지만 이미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대리모 출산 실태에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비단 매체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리모 합법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녀를 원하는 난임 부모들에게 대리모 출산은 마치 난임에 대한 최후의 선택지처럼 보인다.

엄마의 난자에 아빠의 정자를 주입해 수정된 아기를 제3자인 여성, 대리모의 자궁에서 키워 출산하는 대리모 출산. 대리모와 부모의 정당한 권리를 지킨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는 대리모 출산이 교리적, 윤리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대리모 출산은 혼인의 선물인 자녀 출산에 부부 일치를 배제하고 제3자를 인위적으로 개입시키는 행위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자녀는 부부 사랑의 살아있는 표상이고 부부 일치의 영원한 표지”라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그들 존재와 갈라놓을 수 없는 살아있는 통합체”(「가정 공동체」 14항)라고 가르친다. 부부의 일치 없이 자녀를 출산하는 대리모 출산은 혼인의 본질을 깨뜨릴 뿐 아니라, 부모를 통해 세상에 나와 성장해야 하는 자녀의 권리와 존엄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교회는 이 문제들이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도덕적 요소의 분열을 낳아”(신앙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 가정에 피해를 준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리모 출산이 인간 존엄성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주 주교단은 1986년 대리모에 관한 성명에서 “대리모라는 개념이 하느님 창조에 부부가 동참하는 인간생명의 탄생을 상업적 거래의 수준으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미 대리모 출산으로 아기들이 ‘상품’ 취급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2014년 호주인 부부가 태국의 대리모가 낳은 아기가 다운증후군임을 알고 데려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2018년에는 일본인 청년이 자녀가 많길 원한다는 이유로 대리모를 통해 19명의 아이를 낳은 엽기적인 사건도 벌어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한 대리모 알선 업체는 “배아의 유전자 검사로 성별을 알 수 있다”며 “부부가 원하는 대로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택받지 못한 아기는 얼마든지 버림받거나 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여성의 몸은 ‘인간을 만드는 기계’로 전락한다. 2009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구글베이비’는 인도의 한 대리모업체가 임신한 대리모들을 좁은 건물에 집단 수용하는, 마치 ‘인간 공장’ 같은 모습을 담아 전세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PD수첩에서도 ‘저렴한 값에 팔린’ 제3국 대리모들의 피해사례가 등장했다. 뉴저지주 주교단은 “대리모 제도가 가난한 여성들에게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사용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자녀를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사목헌장」 50항)이라 말하며 난임 부부들의 고통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깊이 이해해야 함을 가르친다. 다만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아무리 중대한 이유가 있더라도 정당하지 않음”(「인간생명」 14항)도 강조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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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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