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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연중 제22주일 (루카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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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 (루카 14,1.7-14)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끝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드 배치로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성주 사람들, 제주 강정, 세월호, 백남기 농민, 일자리를 찾아 절망하는 젊은이들…. 오늘 우리 사회의 끝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헤아려보려니 너무 많은 사람이 떠오르면서 서서히 마음이 아려옵니다. 살아가면서 모두 그 끝자리를 마다하고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끝자리에 앉으라고 당부하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이십니다. 그런데 그분이 태어나실 때 보니, 남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동정녀 어머니를 두셨습니다. 그 어머니는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낳으셨습니다. 그분이 자란 고향 나자렛은 그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별 볼 일 없는 동네였습니다. 그분은 수도 예루살렘에서 유학해 공부하신 것도 아닙니다. 돈도 없고 권력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세상에서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을 제자로 삼아 활동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시 역사에서 눈여겨볼 가치가 전혀 없는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젊은 나이에 세속적으로는 명분이 없는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태어날 때부터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흔들림 없이 세상에서 끝자리를 차지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끝자리를 골라서 앉으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떻게 그런 가르침을 주시고 모범을 보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것을 알아듣지 못하니까 교회 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예수님의 면모를 외면하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끝자리를 선택하는 솔선수범과 가르침은 아무 가치가 없고 무의미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꼴찌로 살다가 죽은 그 아드님을 아버지께서는 부활로 일으키시고 하늘에서 아버지 오른편에 앉히셨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항상 기억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는 미사에서 바로 이 사실을 가장 중요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끝자리를 선택하셨고, 아버지께서 부활시키셔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게 하셨습니다. 이 사실을 겪으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그 끝자리와 맨 윗자리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꼴찌로 살아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끊임없이 아드님과 함께 계시면서 활동하십니다. 그리고 아드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성령과 함께 오늘도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고 구원 활동을 하십니다. 끝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맨 윗자리로 올려주신 첫 사례가 바로 예수님 십자가 죽음과 부활입니다. 교회는 끝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나아가야 합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는 우리는 이 믿음으로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게 나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끝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윗자리에 앉도록 봉사하는 것이 하느님을 믿고 기다리는 그리스도인의 본분입니다.



세상 끝자리의 사람들과 연대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이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무슨 영문인지 어린 초등학생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테러에 희생되는 수많은 사람, 불행한 사람들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떠나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이 꼴찌의 사람들과 연대하시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히브 2,17). 출생부터 십자가 죽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따르는 그리스도 신자들도 이 연대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 끝자리에 앉을 것인가? 어떻게 끝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연대할 것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실천해야 할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터와 이웃과 교회 안에서부터 시작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멀리 세상 끝으로,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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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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